[책&생각] 타자와 함께하기 위한 사유의 계보

최원형 2022. 7. 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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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없이 자아 없다는 명징한 현실을 인정한다면, "시대의 자식인 철학은 (주체가 타자를 지배하며 만들어낸) 상처에 몰두하는 '타자철학'일 수밖에 없다."

서양 현대 철학을 연구해온 서동욱(서강대 철학과 교수)은 <타자철학> 의 문제의식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렇다면 타자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타자 그 자체'로 사유할 수 있느냐가 현대 철학의 핵심 과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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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문트 후설

타자철학
현대 사상과 함께 타자를 생각하기
서동욱 지음 l 반비 l 3만5000원

타자 없이 자아 없다는 명징한 현실을 인정한다면, “시대의 자식인 철학은 (주체가 타자를 지배하며 만들어낸) 상처에 몰두하는 ‘타자철학’일 수밖에 없다.”

서양 현대 철학을 연구해온 서동욱(서강대 철학과 교수)은 <타자철학>의 문제의식을 이렇게 설명한다. 타자에 대한 사유는 먼 고대로부터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자아’를 발견한 근대는 주체가 수리물리학적 방법으로 대상을 포섭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고, 지은이는 그 핵심이 “이질적인 것을 주체라는 동일자로 환원하는” 전체주의적인 작업이라고 본다. 식민주의·인종주의 등 현대적 삶의 문제들은 이런 전체주의적 지배 아래 타자들이 입은 상처들로 점철되어 있다. 그렇다면 타자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타자 그 자체’로 사유할 수 있느냐가 현대 철학의 핵심 과제가 된다.

질 들뢰즈.

지은이는 ‘타자철학’이라 부를 만한 서구의 어떤 사상적 계보를 훑어가는 방식으로 여기에 응답하려 한다. 출발점은 현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에드문트 후설이다. 근대를 연 데카르트는 의식을 생각하는 사물(res cogitans), 곧 그 자체로 고립된 실재물로 이해했고, 그것과 의식하는 외부 대상(res extensa) 사이에 다리를 놓기 위해 이런 고립을 무마해주는 신학적 원리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후설은 의식을 원천의 자리에 뒀다는 점에서 데카르트적인 전통 위에 있으나, 그의 현상학에서 의식은 데카르트의 그것과 달리 어떤 지향성을 가지고 대상을 ‘구성’하기까지 하는 작용이다. 다만 이때 만약 의식이 홀로 고립된 것이라면, 이 세계 전체는 그저 나 하나의 사적인 구상물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후설이 내놓은 것은 ‘다른 자아’로서의 타자 이론이다. 나와 타자는 공통적인 시간의 형식(현재) 위에 존재하는 일종의 공동체로서, 세계는 자아와 타자가 감정이입의 과정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상호주관적인 것이다. 다만 후설의 이론은 타자를 인식하는 대상 이상으로 사유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런 방식으로 지은이는 후설에 이어 하이데거,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레비나스, 아감벤, 데리다, 들뢰즈의 타자 이론들을 살펴나간다. ‘타자가 타자로서 출현하는 일’이 가능한지 따져보는 것인데, 이는 전체주의적이지 않은 공동체가 가능하냐는 물음과 다르지 않다. 지은이는 결론에서 “다수가 목적을 위해 사용되지 않고 각자의 개별성 속에 남는” 장-뤼크 낭시의 ‘무위의 공동체’를 주요하게 언급하고, ‘타자’와의 ‘만남’을 향한 무한한 운동을 제안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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