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한껏 꾸미고 찍은 SNS '프사'는 잘못이 없다

김지훈 2022. 7. 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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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당시 매달 60억장의 이미지를 보정해주는 인기 앱을 운영하는 중국 기업 메이투가 주최한 파티에 수백명의 셀럽들이 참여했고, 모두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파티 와중에 한 70대 노부인이 경호원에 의해서 쫓겨난다.

미국 <뉴요커> 는 이 해프닝을 중국인의 '셀피' 집착이란 병리적 현상을 꼬집는 사례로 설명한다.

고도로 분화된 사회에서 개인은 다양한 역할에 따라 유연하게 여러 버전의 프로필을 '업데이트'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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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사회
진정성에서 프로필성으로
한스 게오르크 뮐러·폴 J. 담브로시오 지음, 김한슬기 옮김 l 생각이음 l 1만9000원

2017년 당시 매달 60억장의 이미지를 보정해주는 인기 앱을 운영하는 중국 기업 메이투가 주최한 파티에 수백명의 셀럽들이 참여했고, 모두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파티 와중에 한 70대 노부인이 경호원에 의해서 쫓겨난다. 이 노부인은 스마트폰조차 없이 그저 젊은이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 파티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미국 <뉴요커>는 이 해프닝을 중국인의 ‘셀피’ 집착이란 병리적 현상을 꼬집는 사례로 설명한다. 모두가 노부인이 상징하는 ‘내면의 아름다움’ 같은 ‘진정성’을 잃었다며.

<프로필 사회> 저자들이 보기에 이 기사는 큰 오해를 하고 있다. 셀피 집착은 전세계에서 나타나는 ‘프로필성’이란 사회심리학적 현상의 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일반 동료’들에게 자신의 프로필을 보여주고 인정받으면서 정체성을 형성해가고 있단 것이다. 고도로 분화된 사회에서 개인은 다양한 역할에 따라 유연하게 여러 버전의 프로필을 ‘업데이트’해간다.

이를 두고 ‘성실하지 않다’ ‘진정성이 없다’며 비판하는 담론은 오히려 프로필과 정체성 사이의 모순을 없애길 요구하는, 극도로 정체성을 압박하는 행동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프로필이 ‘진짜인 척하는 것’이란 사실을 잊지 않으면서 프로필과 비판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정체성과 프로필과의 간극을 유연하게 받아들임으로써 프로필에 대한 집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정체성 정치, 투명사회론 등 최근 등장하는 여러 이슈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해주는 흥미로운 분석이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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