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성범죄 오늘부터 민간서 수사·재판..과연 잘할까?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2022. 7. 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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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으로 개정된 군사법원법, 오늘부터 시행
군 성범죄, 사망범죄, 입대 전 범죄 모두 민간에서 수사하고 재판
피해자와 유족, 시민단체 등은 군사법원 폐지 등 줄기차게 요구
2심 전담 고등군사법원도 폐지, 서울고등법원으로 모두 이관
1심 맡던 보통군사법원들, 국방부 예하 지역군사법원으로 일원화
민간 경찰이 부대 들어가서 조사하고 압수수색 원활히 될까?
이은의 변호사 "군 조직 비협조적일 수 있어, 충분히 논의됐는지 의문"
군 관계자 "민간 경찰과 법원에선 군 범죄는 그냥 사건 중 하나"
결국 군뿐만 아니라 법조계 포함한 사회 전체가 성범죄 등 관련 인식 바꿔야

지난해 공군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개정된 군사법원법이 1일부터 시행된다. 즉 오늘부터 군 성범죄, 군인 사망범죄, 입대 전 범죄는 민간에서 수사하고 재판하게 된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부실수사와 솜방망이 처벌로 비판받아 왔던 군 수사기관·법원을 헌정사상 처음으로 떠나 민간에서 수사·재판을 진행하게 된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헌정 사상 최초 민간에서 군 범죄 수사·재판…문제는 오히려 민간 경찰과 법원?

오늘부터 시행되는 개정 군사법원법 2조 2항은 "(민간)법원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범죄 및 그 경합범 관계에 있는 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 다만,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면서 그 세부 사항을 3개 항목으로 정하고 있다.

첫 번째는 성범죄, 두 번째는 군인·군무원 등 사망 범죄와 함께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 세 번째는 군인·군무원 등이 그 신분을 취득하기 전, 다시 말해 입대 전 범죄다.

특히 성범죄는 가장 발생 건수가 많은 범죄로, 이예람 중사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이 법이 개정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남성이 대다수이고 '좁은 사회' 특성상 은폐 및 2차 가해가 빈발한다는 점을 감안해서다. 단, 현재 수사·재판 중인 모든 사건이 이관되진 않고 7월 1일부터 발생한 사건만 민간 수사·재판 대상이 된다.

다시 말해 오늘부터는 군에서 성범죄 관련 사건과 군인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민간 경찰이 부대에 직접 들어와 현장을 감식하고 피해자·피의자·참고인 조사를 진행한다. 재판 또한 민간 법원에서 진행한다.


일단 군 내에서는 지휘관 등이 수사기관을 통해 은폐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여러 군 내 범죄 피해자, 유족과 여러 시민단체 등은 군 수사기관의 수사권과 군사법원 폐지 또는 축소를 계속해서 요구해 왔다.

다만 그 나름대로의 문제점 또한 지적된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사회가 성범죄를 바라보는 인식이 아직도 피해자를 충분히 배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성범죄 전문 변호사인 이은의 변호사는 지난해 자신의 책 '상냥한 폭력들'에서 경찰 등 수사기관과 법원이 성범죄를 처벌하는 '문턱'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통화에서 "영내에서 일어난 사건을 조사하거나, 압수수색·구속영장을 집행할 때도 (민간 수사기관이) 국방부나 부대 안에 있는 사람에게 집행하게 된다"며 "예를 들어 디지털 성범죄는 증거를 빨리 확보해야 하고, 소대나 중대 내에 있는 사람을 빠르게 불러 조사해야 할 경우도 있는데, 사실 민간에서도 참고인을 한 번 불러 조사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군에서는 '같은 조직'이라는 특성상 군사경찰이나 군 검찰 등이 부대 내 참고인을 불러 조사하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군 조직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영장 집행 등 가해자와 관련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집행할 때를 대비해 국방부와 법무부가 업무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쳤는지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맥락에서, 군 사법체계에 대해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군에서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해당 부대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고 관심사항이 되지만, 민간 경찰에서는 그냥 사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며 "민간 경찰은 일반적인 범죄 사건 의율도 잘 하지 못하고, 사건을 더 자세히 수사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켜는 봐야겠지만 일사불란한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 법원에서도 성범죄는 일반적인 사건 중 하나일 뿐이며, 어지간한 경우엔 큰 사건 축에 들지도 못하니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일도 줄어들 것 같다"며 "형량 자체도 군사법원에서 재판했을 때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2심 전담하던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역사 속으로…약일까 독일까?

국방부. 연합뉴스

한편 개정 군사법원법 10조는 "고등법원은 군사법원의 재판에 대한 항소사건, 항고사건 및 그 밖에 다른 법률에 따라 고등법원의 권한에 속하는 사건에 대하여 심판한다"며 "고등법원은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에 따른 서울고등법원에 둔다"고 적시했다.

그전까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후문 근처에 있던 고등군사법원이 육해공군을 가리지 않고 군 2심을 전담했다. 즉, 군인·군무원이 1심을 어디서 무슨 혐의로 재판받든 2심은 무조건 용산에서 심리하고 선고했다. 앞으로는 이 역할을 서울고등법원이 대신하게 된다.

본래 대법원은 1·2심 재판 결과를 한 번 더 살펴보긴 하지만 형량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법리 적용이 잘됐는지 잘못됐는지만 따진다. 예를 들어 어떤 군인이 성범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았고 2심에서 징역 2년형으로 감형됐다면, 대법은 성범죄 혐의가 적법하게 적용됐는지만 따질 뿐 왜 감형됐는지는 판단하지 않는다.

군에서는 검찰이든 피고인이든 1심에 불복해 항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고등군사법원에서 치러지는 2심에서는 1심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던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감형되는 경우가 흔했다.

따라서 이번 군사법원법 개정은 군 내 어떤 사건이든 상관없이 2심은 무조건 민간에서 치르게 된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군을 떠나 민간에서 한 번 더 재판을 받게 한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1심에도 변화가 생겼다. 육군 기준 군단급 부대 이상에 설치되어 1심 재판을 진행하던 보통군사법원도 모두 폐지, 국방부 예하 지역군사법원으로 일원화된다. 부대 지휘관의 영향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중앙지역군사법원(서울), 1지역군사법원(충청), 2지역군사법원(경기), 3지역군사법원(강원), 4지역군사법원(대구)까지 모두 5군데의 법원이 새로 설치돼 군사재판을 전담하게 된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서울과 해외파병지역에서 벌어진 범죄를 재판하며 나머지 지역군사법원들도 설치된 위치에 따라 각자 관할구역이 있다.

다만 군 관계자는 "군 판사들은 아무래도 지휘관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앞으로는 과거 지휘관이 '한 대만 때리더라도 구속하고 엄중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실제로 폭력이 많이 근절됐던 사례처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일반 법원에서는 공직에 오래 있었고 추행 정도가 경미한 등 유리한 정상이 있으면 가볍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군사법원 시절보다 더 양형이 적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수사와 재판을 어디서 어떻게 진행하든 법조계를 포함해 사회 전체가 성범죄 등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어야 된다는 이야기인데 여기에는 매우 긴 시간이 걸려,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행정부의 고민과 빠른 조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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