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자신만의 '울림'으로 생명을 간증하는 악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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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기의 본질은 현이던가. 물어가 보자.
독일의 바이올린 제조 명장은 목재를 찾고, 악기 모델의 형태와 비례를 탐구하고, 직접 만든 연장으로 곡면의 몸을 빚고, 특유의 레시피로 옷(칠)을 입힌다.
바이올린 몸통을 이뤄 현의 진동을 방해하거나 증폭하는 '노래하는 나무들'이다.
연주 영역에서 80가지에는 이를 '울림'이 없다면 악기는 '개성', 즉 생명을 갖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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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삶의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서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l 니케북스 l 3만2000원
현악기의 본질은 현이던가…. 물어가 보자. 독일의 바이올린 제조 명장은 목재를 찾고, 악기 모델의 형태와 비례를 탐구하고, 직접 만든 연장으로 곡면의 몸을 빚고, 특유의 레시피로 옷(칠)을 입힌다. 그것은 기승전결일 뿐, 각 국면은 더 많은 발단과 위기로 비롯하며 하나의 소명을 완성할 주인공들을 필요로 하는데, 앞판과 저음 울림대 역의 가문비나무, 옆·뒷판·머리로 단풍나무, 지판과 줄감개에 흑단나무가 이를테면 그러하다. 바이올린 몸통을 이뤄 현의 진동을 방해하거나 증폭하는 ‘노래하는 나무들’이다.
<울림>은 소리의 원리, 공명의 지혜를 좇는 마이스터의 여정을 순례에 빗댄다. 익숙하거나 낯선 대립적 공명이 조화하여 마침내 음악가가 음을 발견하도록 이끄는 구도랄까. 연주 영역에서 80가지에는 이를 ‘울림’이 없다면 악기는 ‘개성’, 즉 생명을 갖지 못한다. 훌륭한 바이올린은 음악가에게 “연주당하는 느낌” “노래를 부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몸의 일부가 된다”는 음악가들의 고백만큼 ‘생명’을 ‘간증’할 방도가 있겠는가. 이 지경에서야 아내를 잃고 사무친 고통으로 사출해낸 바흐의 ‘샤콘’이 바이올린 독주로 온전해진다.
부제는 ‘삶의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서’다. 우리 생에 저마다의 ‘울림’이 소명으로 있고, 이를 돕는 신이 있음을 설파해간다. 혹자에겐 낯익을 법하다. 마틴 슐레스케의 <가문비나무의 노래>(2013년) <바이올린과 순례자>(2018년)의 원전 격이다. 영화 <피그>(2021년)에서 제 소명을 “내가 만든 음식을” “내가 서빙한 모두를 기억한다”는 말로 압축한 거장 요리사와 그럼에도 아내를 잃고 은둔한 숲의 냄새가 떠오른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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