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미처 알아채지 못한, 익숙한 건물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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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동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나와 세종대로를 옆에 끼고 광화문광장을 향해 걸어가다 만끽한 충만함은 우연이 아니었다.
건축가 시선에서 그곳은 보행로와 차로가 같은 눈높이에 공존하는 보기 드문 공간이다.
그 공간의 한 켠, 돌담길 끝자락에 자리잡은 '서울 도시건축 전시관'은 도통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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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거는 건축
3명의 건축가와 떠나는 한국 현대 건축 기행
정태종·안대환·엄준식 지음 l 한겨레출판l 2만2000원
서울 정동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나와 세종대로를 옆에 끼고 광화문광장을 향해 걸어가다 만끽한 충만함은 우연이 아니었다. 건축가 시선에서 그곳은 보행로와 차로가 같은 눈높이에 공존하는 보기 드문 공간이다. 차로가 보행로로 연장되기도 하고, 때때로 축제 공간이 된다. 그 공간의 한 켠, 돌담길 끝자락에 자리잡은 ‘서울 도시건축 전시관’은 도통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의 키(2.1m)를 돌담길 높이와 맞추고 바닥에 납작 엎드린 모습이다.
3명의 건축가 지은이들은 이 건축물을 비롯한 30곳에 대해 교차하는 시선을 한데 모아 <말을 거는 건축>이란 책으로 펴냈다. “주요 기능을 지하에 배치해 주변 풍경과 어우러지는 건축 방식은 도심에서 숨통 공간으로 작용”(엄준식), “이 건축물에서 비워진 곳이 새로움으로 가득 차 있음을 발견”(정태종), “이 건물은 외피로 내부를 추정하는 상식을 뒤집는다”(안대환) 같은 해설이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서울 도시건축 전시관’의 가치를 드러낸다.
지은이들은 화려한 겉모습을 자랑하는 건물이 아닌, 자기만의 소소한 목소리를 내는 작은 건축에 주목한다. 도시와 대학의 경계를 허무는 듯한 서울시립대학교 교문은 햇빛이 강할 때, 비가 올 때, 바람이 불 때 등 조건에 따라 느낌이 다르단다. 소설가 이효석의 고향이자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 배경인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조성된 이효석문화예술촌은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 문학 속 은유와 닿아 있다고 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과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건축물이 자리한 공간으로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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