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재산 상위 20% 노인들도 불안감 크다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이어서 보유세·건보료 등 현금지출 부담"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모(66)씨는 시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매달 생활비 마련하는 게 여간 힘들지 않다. 김씨는 “각종 연금에 자식이 보내주는 용돈을 합쳐도 200만원 안팎이라 아내와 둘이 먹고살기 빠듯하다”며 “아파트 경비원이나 잡일을 찾아보고 있지만 그마저 쉽게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재산이나 소득이 상위 20% 정도에 해당하는 노인들도 높은 사회적 불안을 느낀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인들이 전반적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데 미처 신경을 못 쓴 데다, 갖고 있는 자산은 대부분 부동산이라 이를 팔아 현금화하는 데 부담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30일 ‘노인의 사회적 불안과 함의’ 보고서를 통해 “노인들 가운데 소득과 재산이 늘수록 사회적 불안이 다소 낮아지다가 (상위 20% 계층인) 소득 5분위 집단과 10억원 이상 재산 보유 집단에서 불안이 다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보사연은 “돈을 더 벌고 재산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불안이 감소하는 것은 아님을 말해준다”고 해석했다.
보사연이 전국 65~74세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소득 상위 20%에서 ‘불공정성과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유발되는 불안’이 5점 만점에 3.37점으로 소득 상위 20~40% 응답자(3.34점)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들이 느끼는 ‘사회와 중앙정부에 대한 불안’ 점수는 3.21점으로 전체 응답자 가운데 최고 수준을 보였다.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정도도 소득 중간계층(20~80%)보다 높게 나왔다.
10억원 이상으로 재산이 가장 많은 구간의 응답자들도 사회·정부에 대한 불안을 포함해 대부분 조사 항목에서 소득 5억~10억원 구간보다 높은 불안을 나타냈다. 보사연 곽윤경 부연구위원은 “소득과 재산이 많은 집단이 불안한 것은 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비상시에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노인 자산 중 부동산 비율은 70~80%에 달한다. 노인들의 자산이 부동산 중심인데도 1주택에도 보유세가 부과되고,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가 재산 등에 기반해 산정되는 등 부족한 노인 소득을 더 빼앗아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현 노인 가구 상당수는 실제 그곳에 살고 있어서 함부로 팔 수 없다”면서 “보유세와 건보료 등을 산정할 때 이런 사정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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