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보다 빠른 3나노 양산.. 관건은 품질

박순찬 기자 2022. 7. 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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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 뒤집는 '게임체인저'가 될까
삼성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임원들이 3나노 웨이퍼를 들고 있다. 사진이 노란색인 것은 웨이퍼에 단파장 빛으로 회로를 새기는 구역이라,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 장파장의 노란색 조명을 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3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양산의 문을 열면서, 반도체 업계는 이것이 시장의 흐름을 뒤집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 1위’를 넘어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초격차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이재용 부회장은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며 줄곧 기술 경쟁력을 강조해왔는데, 삼성이 3나노 상용화를 계기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기술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만 TSMC 추격 발판

삼성전자는 이미 고객사를 확보해, 3나노 파운드리 공정으로 만든 고성능 반도체 납품을 시작했다. 삼성이 적용한 3나노 공정은 기존 5나노 공정 대비 소비 전력을 45% 절감하면서, 성능은 23% 높이고 제품 면적은 16% 줄인 것이 특징이다. 3나노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고성능과 저전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차세대 반도체에 필수적인 공정이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3나노 공정 매출이 올해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2024년에는 기존 5나노 공정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까지 연평균 85%씩 성장하는 미래 핵심 기술이 된다는 뜻이다. 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는 기술적 문제로 양산을 계속 늦춰, 올 하반기 중에나 3나노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3나노 공정을 세계 최초로 구현하면서, 초미세 공정 한계 극복을 위해 10년 만에 내부 구조에도 변화를 꾀했다. 작은 반도체 칩 하나에는 전류 흐름을 조절하는 트랜지스터가 수천만~수억개 들어있다. 트랜지스터 구조 중 게이트(Gate)란 부분에 전압을 가하면, 이와 맞닿아 있는 채널(Channel)을 통해 전류가 흐르는 구조다. 게이트와 채널 간 접촉 면이 넓을수록 효율이 높다. 기존 핀펫 공정은 둘 간 접촉면이 3개 면이었지만, 삼성은 이를 4개 면으로 늘린 GAA(Gate All-Around) 공정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기술 난제를 풀었다. TSMC는 GAA를 2나노 공정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이 3나노 생태계 만들어야”

반도체 업계에선 안정적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 확보를 관건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3나노 양산을 먼저 발표했지만, 제품을 적시에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시장을 뒤집기는커녕 고객사의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앞선 4나노 공정에서 TSMC 대비 수율 면에서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를 만회할 카드로 ‘3나노 조기 도입’을 꺼내들었다. 삼성 관계자는 “구체적 수치를 공개할 수는 없으나, 수율이 빠르게 올라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는 수주 산업인 만큼 양질의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삼성이 확보한 3나노 고객사에는 빅테크 기업은 없고, 중국의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선도적으로 ‘3나노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위탁 생산을 맡길 고객사들은 기존의 반도체 설계도에서 10% 정도만 바꿔 자사 제품을 설계하기 때문에, 삼성이 3나노 공정에 맞는 새로운 설계도를 제시해야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전문가인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는 “팹리스 대부분이 대만, 미국에 몰려 있고 한국엔 숫자가 적어서 삼성의 우군(友軍)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대한 빨리 설계 자산을 확보해 핵심 제품인 스마트폰 AP(두뇌 역할 반도체)를 3나노 공정으로 생산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삼성의 3나노 공정 설계와 생산의 성공 여부는 1년 안에 판가름 날 것”이라고 했다.

☞파운드리·3나노 공정

파운드리: 반도체 위탁 생산 전문 기업.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인 팹리스나 자체 설계 능력을 지닌 빅테크들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각종 소프트웨어나 IT 기기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만든다. 제조 기술에 따라 반도체의 성능이 크게 달라진다.

3나노 공정: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선폭이 3나노인 미세 회로를 그려 넣는 공정. 1나노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선폭이 가늘수록 한 원판에서 더 많은 칩을 만들 수 있고, 같은 크기 칩이어도 성능은 더 좋아지기 때문에 효율성과 수익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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