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연애도 정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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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TV 드라마 ‘머슴아와 가이내’는 경상도 청년과 전라도 처녀가 만나 결혼하는 과정을 그렸다. 두 사람은 지역 차를 극복하고 가정을 꾸렸지만 선거 때 지지 후보 차이로 이혼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화해했다. 선거 때마다 부부 싸움을 했다는 가정이 적지 않았다. 그래도 사이좋게 사는 집도 많았다.
▶‘당신은 진보(보수)의 냄새가 난다’는 말이 있다. 미국 정치학 저널은 ‘정치 성향이 같으면 상대 체취도 좋아한다’는 실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진보 성향 여성은 극좌 남성의 체취를 맡고 “가장 좋은 향수”라고 했고 극우 남성 체취엔 “썩은 냄새”라고 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보수 여성은 극우 남성 체취에 강하게 반응했다. 믿기 힘든 얘기지만 이런 연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영국 웨스트민스터대 심리학과 비렌 스와미 교수는 “사람은 나이·인종·종교·계층 등이 비슷한 이성에게 끌리는데 그중 가장 큰 건 정치 성향”이라고 했다.
▶수년 전 한 결혼정보업체 조사에서 미혼 남녀의 57%가 ‘정치 성향이 다르면 소개팅으로 만나기 싫다’고 답했다고 한다. ‘사고방식이 달라 다툼의 소지가 많고 상대 성향을 강요받기 싫어서’라고 했다. 10명 중 7명이 ‘정치 성향이 같은 사람과 연애하고 싶다’고 답한 설문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 정치 성향의 이성과 결혼할 수 있다’는 응답도 60%를 넘었다. 정치 성향이 달라도 만나서 사람 괜찮으면 결혼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남녀를 연결해 주는 데이팅 앱들은 가입자에게 ‘정치 성향’을 묻는다고 한다. 보수·진보·중도·무관심으로 나눠 묻는다. 가입자들이 반대 정치 성향은 피하고 같은 사람끼리 만나려 하기 때문이다. 만날 상대의 소셜미디어에서 정치 성향을 확인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연애 상담 사이트엔 ‘남자 친구와 선거 얘기하다 자주 싸운다’ ‘박원순 문제로 다투다 헤어졌다’ ‘정치 성향이 너무 다른데 결혼해야 하느냐’는 고민 글이 많다. ‘종교는 달라도 살지만 정치 성향이 다르면 못 산다’ ‘사랑은 포기해도 정치적 신념은 포기 못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시대 이후 정치적 양극화로 보수는 보수끼리, 진보는 진보끼리 연애가 늘고 있다’고 했다. 데이팅 앱에서도 ‘네버 트럼프 데이팅(Never Trump Dating)’과 ‘공화당 싱글즈(Republica Singles)’ 사이트가 경쟁했다. 한국도 대선 과정서 불거진 ‘이대남 이대녀’ 갈등이 데이트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씁쓸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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