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화석연료 '중독'으로 불타는 세계
2030년까지 석탄시설 닫고 재생에너지 투자 3배로 늘려야
네로 황제는 로마가 불탈 때 하프를 탔다는 유명한 말로 종종 비판을 받는다. 오늘날 어떤 지도자들은 당시의 네로보다 더 나쁜 행동을 한다. 불길에 기름을 붓는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커지는 에너지 위기에 봉착한 일부 국가들은 화석 연료 사용에 박차를 가한다. 석탄·석유·가스 등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기후 위기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
모든 기후변화 지표는 역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격렬한 폭풍, 홍수, 가뭄, 산불, 믿을 수 없는 온도 등 이상기후 현상이 지구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는 기후 대혼돈 상황이다. 화석연료는 정답이 아니며, 정답일 리도 없다. 지구가 파괴되는 장면을 매일 벌어지는 뉴스 속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누구도 그 파괴에서 벗어날 수 없다.
화석연료는 기후 위기의 원인이다. 기후 파괴를 제한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해답은 재생에너지다. 재생에너지는 21세기의 평화 계획이기도 하다. 하지만 빠르고 공정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싸움에 평평한 운동장은 없다. 투자자들은 아직도 화석 연료를 지원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도 석탄·석유·가스에 수십억 달러를 뿌리고 있다.
작금의 화석연료 선호 상황은 ‘중독’ 수준이다. 우리 사회와 지구의 건강을 위해 화석연료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에너지 안보, 안정적인 전기 가격, 번영, 생존 가능한 지구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뿐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G20 국가들에 대해 석탄 인프라를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은 2030년까지, 다른 나라들은 2040년까지 석탄 시설을 폐쇄하라고 했다. 나는 금융 담당자들에게 화석연료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고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라고 요구했다. 전 세계 재생에너지를 부흥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재생에너지 기술은 전 세계적 공익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기술 이전에 방해가 되는 지식재산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둘째, 재생에너지 관련 부품과 원자재 공급망에 대한 전 세계적 접근권을 개선해야 한다. 셋째, 태양과 풍력 에너지 발전을 저해하는 요식 행위도 없애야 한다. 풍력발전소 하나 허가하는 데 유럽연합(EU)에서는 8년, 미국에서는 10년 걸린다. 대한민국에서는 해풍(海風) 발전 프로젝트를 건설하기 위해 8곳의 정부 부처에서 22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넷째, 화석 에너지에 지급되던 보조금을 중단해야 한다. 그 재원은 에너지 쇼크에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로 전환하는 데 쓰여야 한다. 끝으로 재생에너지 투자를 지금보다 3배로 늘려야 한다.
전 세계 지도자들도 기후변화 문제에 더 시급함을 느껴야 한다. 최악의 기후 영향을 피하기 위해 금세기 중반까지 탄소 중립 상태가 돼야 하지만 지금 추세로는 10 년 뒤 탄소 배출량이 14% 늘어날 전망이다. 재앙 수준이다.
이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은 재생에너지다. 기후변화를 막고, 에너지 안보를 달성하며, 수백만 명의 에너지 취약 계층을 위한 청정 전기 공급 등을 가능하게 하는 재생에너지는 일석삼조(一石三鳥)다.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은 화석연료에 비해 3 배 많은 일자리도 창출한다.
물론 재생에너지가 기후 위기에 대한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 사막화한 땅에 나무를 심는 등의 자연적인 해결책도 필요하다. 에너지 효율 증대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야심 차게 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가 화석연료를 끊는다면, 그 과실(果實)은 클 것이다. 우리의 미래가 불타는 동안 하프나 타고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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