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꼬리 털로 한올한올 엮은 바구니.. 175년 스페인 명품社가 인정한 장인정신

최보윤 기자 2022. 7.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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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혜 작가 '로에베 공예상'
한국서 처음 열린 대회서 수상
"가벼운 소재로 완벽한 형태 구현"
정다혜 작가. /로에베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공예인 ‘말총(말꼬리 털) 공예’가 이렇게 인정받다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홀로 하는 작업이지만, 조선 시대부터 500여 년 이어진 조상들의 숨결과 창의력, 장인 정신이 오늘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30일 서울 종로구 공예박물관에서 열린 ‘2022 로에베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 2022)’ 최종 우승자로 선정된 정다혜(33) 작가는 “말총을 소재로 정교하면서도 섬세한 공예품을 만들어 온 건 우리만의 문화”라면서 “공예를 전공하겠다고 하니 주변서 ‘미래가 없다’고 말렸는데, 이제 집안의 걱정거리에서 자랑거리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웃었다.

<2022 로에베 공예상 우승자 정다혜 작가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정 작가가 직접 작업한 나무 조형틀 등에 맞춰 한 올 한 올 엮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로에베>

2022 로에베 공예상 우승자 정다혜 작가의 말총 공예 과정. /로에베
서울공예박물관에 전시된 2022 로에베 공예상 우승작인 정다혜 작가의 '성실의 시간'. 정 작가 작품을 포함한 최종 결선작 30선은 1일부터 한달 간 서울공예박물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연합뉴스

정 작가가 선보인 ‘A Time of Sincerity(성실의 시간)’는 말총으로 빗살무늬 토기 형태를 엮은 작품. 말총은 흔히 ‘갓’ 등을 만드는 소재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아나수 자발베아스코아(스페인 일간 엘파이스 건축·디자인 전문기자)는 “단순함 속에 모든 복잡한 기술과 재능, 전통과 역사성을 담아 거의 처음으로 전문가 패널과 심사위원단이 의견 만장일치로 꼽은 우승작”이라면서 “가벼운 소재로 형태감을 완벽하게 완성하면서도 손으로 한 올 한 올 엮어 인간적인 고뇌를 느끼는 아우라가 돋보였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인 조너선 앤더슨 로에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정 작가가 선보인 말총 공예는 500년 전 한국 장인들의 기술이었지만 오늘날 더욱 현대적인 작품으로 보인다”면서 “공예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를 대변하는 동시에 노동 집약적인 공예는 디지털 미디어 세상의 해독제”라고 말했다.

올해로 5회를 맞은 로에베 공예상은 스페인 고급 패션 브랜드 로에베가 현대 공예의 탁월함과 예술성, 독창성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6년 로에베 재단을 통해 제정한 국제적 권위의 상이다. 우승 상금 5만유로(약 6777만원). 데얀 수직 영국 디자인박물관 명예 관장, 올리비에 가베 프랑스 장식미술관장 등 유명 박물관장과 건축계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등 13인의 심사위원단으로 공정성을 높였다.

<2022 로에베 공예상에 관해 로에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너선 앤더슨이 설명하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에 전시된 30인 파이널리스트 작품 역시 일부 볼 수 있다. /촬영·제공=로에베>

116개 국가와 지역 작가들이 제출한 3100개 작품을 대상으로 열 명의 전문가 패널이 결선 작품 30개를 선정한 뒤, 13명의 심사위원단이 한국에 와서 치열한 논의를 벌였다. 우승자 정 작가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도예가 안딜레 다알반(44), 독일 주얼리·금공예가줄리아 오버마이어(33)의 작품은 특별상으로 선정됐다. 30명 최종 후보작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국제적인 명성을 높일 수 있어,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 프랑스 르 피가로 등 12개 주요 해외 매체 기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이들 30개 작품은 7월 1일부터 한 달간 서울 공예박물관에서 무료로 전시된다.

서울공예박물관에 전시된 2022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종 결선 진출작. 1일부터 한달 간 전시 예정으로 관람료는 무료. /로에베
서울공예박물관에 전시된 2022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종 결선 진출작/로에베
서울공예박물관에 전시된 2022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종 결선 진출작/로에베
서울공예박물관에서 1일부터 한달 간 전시되는 2022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종 결선 진출작. /로에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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