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충전, 전력선 하나로 5대.. 전기차 충전기술 전쟁

김아사 기자 2022. 7.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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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드 위에 주차땐 자동 무선충전
현대차, 강남·고양 등에 설치
이스라엘, 도로 밑에 코일 매설
'무선충전도로' 상용화 준비 중
전기차 충전기 업체 에바는 전력선 1개당 5기의 충전기 설치가 가능한 시스템을 고안했다. 기존엔 전력선 1개당 1기의 충전기 설치만 가능했지만, 블루투스 기술로 충전기끼리 전력과 충전량을 공유하면서 유휴 전력을 활용하는 기술 덕분이다. /에바

지난달 전기차 충전기 업체 에바는 캐나다 충전기 업체 ‘데이터 메트렉스 EV 설루션스’와 250만달러(약 32억원) 규모 충전기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수출할 상품은 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다중 충전 시스템’이다. 그동안 충전기 1대를 설치하기 위해선 기기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선(그리드) 1개가 필요했다. 에바는 마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쓰는 멀티탭처럼 전력선 1개에 충전기 5대까지 설치 가능한 시스템을 고안했다. 이전엔 전기차 5대를 충전하기 위해선 전력선 5개와 충전기 1대에 전력을 7㎾씩 35㎾(킬로와트) 사용해야 했지만, 전력선 하나와 7㎾ 용량만으로도 가능해진 것이다. 에바 관계자는 “완속 충전은 차량 1대당 1.2㎾ 이상이면 된다”면서 “블루투스 기술을 이용해 충전량을 공유하며 유휴 전기를 활용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에바는 이 충전 기술로 올 초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전기차 충전기 시장이 새로운 기술 전장(戰場)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단순 전기 공급원 정도로만 여겨져 왔던 것이 다중, 양방향, 무선 충전 등 첨단 기술과 접목되며 새 먹거리로 떠오르는 것이다. 컨설팅사 롤런드버거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는 내년 550억달러(약 70조원)에서 2030년 3250억달러(약 41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주류이던 시장에 대기업의 투자가 이어지며 간판이 바뀌고 있다.

◇도로 무선 충전, 전기 되파는 양방향 충전도

충전기, 완성차 업계에서 차세대 충전 기술로 공을 들이는 것은 무선 충전 기술이다. 현대차그룹은 서울 강남과 경기도 용인, 고양 등에 무선 충전기를 설치했다. 바닥에 놓인 패드 위로 주차하면 자동으로 충전이 시작된다. 패드의 코일 자기장을 통해 전력을 보내는 방식으로, 스마트폰 무선 충전과 원리가 비슷하다. 배터리 용량이 77.4㎾h인 제네시스 GV60 기준 충전 속도는 11㎾로 완충까지 8시간이 걸린다. 기존 완속 충전기보다 빠르다. 볼보도 스웨덴 예텐보리에서 비슷한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의 전기차 충전기 기술 개발·투자

도로를 달리기만 해도 충전이 되는 ‘무선 충전 도로’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일렉트리온은 시속 60㎞로 200m를 주행했을 때 70㎾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실제로 스웨덴 고틀란드섬에는 이 기술을 접목한 자동 충전 도로가 설치돼 있다. 길이 1.6 km 도로 아래에 코일을 매설해, 전기차가 이 도로를 달리면 자동 충전되는 방식이다.

전기차의 쓰고 남은 전기를 다른 곳에 나누는 양방향 충전 기술도 상용화되고 있다. 미국 월박스는 양방향 충전 기술을 통해 전기차를 비상 발전기처럼 쓸 수 있는 제품을 내놨다. 이 기술은 차주가 전기차에서 남은 전기를 파는 것도 가능하게 한다. 전기 요금이 낮은 시간에 전기차를 충전하고 요금이 높은 시간에 이를 팔아 유지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투자 늘리는 대기업, 안전성 연구도 활발

충전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보이자 대기업들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기업 인수 합병과 과감한 시설 투자를 통해 초기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다. LG전자는 지난달 GS에너지·GS네오텍과 공동으로 전기차 충전기 업체 애플망고 지분 100%를 인수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롯데그룹·KB자산운용과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2025년까지 국내에 초고속 충전기 5000기를 설치할 계획을 전했다. 롯데정보통신은 충전기 업체 ‘중앙제어’를, SK E&S는 ‘에버차지’ 지분을 각각 인수했다.

대기업 투자를 계기로 충전 안전성 확보를 위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LS는 지난달 급속 충전 시 화재 위험을 줄이는 충전 케이블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전기차 충전 케이블에 냉매를 담아 냉각 성능을 높인 것이다. SK시그넷도 충전 시 교류를 직류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전압 범위를 벗어나지 않게 하는 ‘볼티지 프로텍션’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 확대와 관련 기술 개발 등 충전기 시장 성장을 위한 기반이 갖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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