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부산형 의료버스가 담아야 할 것

국제신문 2022. 7.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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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관련 서비스, 이용 어려운 사람 많아
직접 찾아가 정보 수집, 복지-의료 연결시켜야

통계청에서 2020~2050년 장래가구 추계가 발표됐다. 그중 눈여겨 볼만한 것은 65세 이상 부부가구가 2020년 161만 가구(34.7%)에서 2050년 395만8000가구(34.8%)로 2020년에 비해 2.5배로 증가한다는 전망과, 65세 이상 1인 가구가 2020년 161만8000가구(34.9%)에서 2050년에 467만1000가구(41.1%)로 2020년에 비해 2.9배로 증가한다는 내용이다. 앞으로 28년 뒤에는 이웃집 다섯 곳 중 두 곳은 독거노인이 산다는 의미다.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정의해야 하는가가 논란이긴 하다. 10년 전에 비해서 65세 어르신의 체력이 몰라보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인의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노인을 정의하는 기준이 바뀐다고 전체적인 흐름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젊은 1인 가구는 줄어들고, 늙은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추세 말이다.

나이 들어서 혼자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게 될까? 혼자서 산다는 건 항상 지켜봐 주는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독거노인이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신체적으로 건강한 경우는 야외·친교활동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젊은 시절 못지않게 즐겁고 행복하게 지낼 수도 있다. 또는 경제적 여유의 유무와 관계없이 건강하기만 하다면 국가나 지역사회가 제공하는 최소한의 지원과 경제활동, 사회봉사활동 등을 통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잘 지낼 수도 있다. 하지만 건강을 잃게 되거나 점점 쇠약해져 가는 상황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 실현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서 의료접근성이 높고, 본인이 원하면 언제나 쉽고 편리하게 의료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생애주기별 국가건강검진을 통해서 기본적인 암검진 등은 받을 수가 있다. 그러나 의료취약계층, 몸이 불편해 이동이 어려운 독거노인 등은 병원에 가기를 너무 어려워한다. 당장 병원에 갈 정도가 아니더라도 점점 쇠약해지는 몸이 걱정되거나, 자신에게 필요한 맞춤 돌봄 서비스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조차 어려워하시는 분이 아직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거의 집이나 집주변 한정된 공간에만 계시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쉽게 이런 분들을 접하기가 어렵다. 현재 부산에서는 마을 주변에 보건소, 마을건강센터, 복지관 등의 건강관리시설과 노인 복지시설이 있고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대부분의 이용자는 비교적 정보력이 있고 건강하신 분들이다. 즉 정말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분들은 정보력이 부족하거나 이동이 쉽지 않아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현재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장기요양보험서비스 등이 제공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당면한 문제 중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것은 복지와 의료가 겹치는 회색지대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느냐다. 이 회색지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나가느냐에 따라서 2050년 노인들의 삶이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보자. 동구의 한 마을엔 계단이 너무 많아서 어르신이 혼자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너무 힘든 곳이 있다. 그래서 그곳 어르신 중 몸이 불편하신 분은 거의 집안에서만 활동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분들이 집 밖으로 나가서 바깥 공기를 마시고 주변 이웃을 만나서 안부를 물을 수 있도록 마을 곳곳에 평지 일부와 앉을 수 있는 평상만 있어도 생활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이 어디에 얼마나 사는지 얼마나 쇠약한지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간단한 설문 문항과 체중관리, 일정 교육을 받은 일반인이 어르신들의 악력 수준만 평가하더라도 해드릴 수 있는 것이 많다. 악력이 남자는 28㎏ 미만, 여자는 18㎏ 미만인 경우 근처 보건소나 동네 의원을 방문해 근감소증, 골다공증 유무를 정확하게 진단하도록 안내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악력계도 비용이 발생하니 악력계 없이 의자에 앉은 자세에서 5번 일어설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12초 이상 걸리는 어르신을 가려서 좀 더 정밀한 검사를 받도록 안내할 수도 있다. 풍선을 하나 제대로 못 부는 어르신을 찾아서 호흡운동을 시켜볼 수도 있다. 호흡운동을 일정기간 해보았지만 여전히 풍선을 못 부는 어르신들은 동네에서 폐기능 검사를 받고 주기적으로 관리받게 해 호흡기 질환, 폐렴을 예방하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의료취약계층에 찾아가서 정보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복지 의료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찾아가는 의료버스’가 개통된 부산, 의료버스가 단순히 병원 홍보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의 시범사업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의료·복지전문가가 힘을 합쳐서 복지와 의료의 연결고리를 잘 만들어줬으면 한다.

신명준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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