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린의 로컬리즘] 서울의 중심 상권 '명동 재생'에 국가 자존심 걸렸다
선진국은 수도 중심부 空洞化 방치하지 않아
지역 상품권 발행 등 기존 방식으론 해결 어려워
정부와 서울시 나서 용산 개발과도 연계해야
광화문-명동 연결 보행로에 문화시설 유치하고
회현·남산동 재개발로 상주 인구 늘려 활력 높여야
세상의 어느 선진국이 수도 중심부의 공동화를 방치할까? 서울의 행정·문화·경제 중심지는 아직도 광화문, 동대문, 남대문을 중심으로 형성된 원도심이다. 원도심의 경제적 위상이 과거만 못하지만, 법인세 신고액 순위에서 강남구와 선두를 다투는 자치구는 원도심 중구다. 그러나 중심 상권 명동의 현재 위치는 원도심 위상에 크게 못 미친다. 중심 상권으로서 한국의 대표 기업과 브랜드를 쇼케이스 하기는커녕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공실률로 허덕인다.
명동 재생은 국가 자존심 문제다. 수도의 중심 상권을 살리지 못하는 나라가 앞으로 닥칠 더 큰 복합위기를 이겨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와 상권이 활력을 회복된다고 해도 자존심 문제는 남는다. 중심 상권이 외국인 중심지가 되는 것을 허용한 글로벌 도시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문제는 대안이다. 현재 중구와 명동관광특구협의회 중심으로 지역 상품권 발행을 통한 단기 소비 진작, 유휴 공간을 활용한 청년 창업과 콘텐츠 지원, 불황에도 불구하고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임대료 조정 등의 해결책이 논의된다. 그러나 아무도 기존 재생 방식으로 명동 난제를 해결할 것으로 믿지 않는다.
기존 재생 방식은 명동 난제 푸는 데 한계
중구와 건물주 단체를 넘어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참여하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 도쿄, 뉴욕, 런던 등 다른 글로벌 도시는 중심 상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한다. 명동에서 진행된 마지막 활성화 프로젝트가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다.
새로운 정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명동 사업을 원도심-용산-영등포-구로로 이어지는 국제경쟁 혁신 축으로 육성하는 ‘서울 비전 2030′ 계획, 중앙정부는 용산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면 된다. 원도심의 문화, 경제 자원이 뒷받침돼야 국제 경쟁 혁신 벨트와 용산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다.
명동 재생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원도심 상황에 대한 정확한 평가다. 원도심이 전반적으로 침체됐지만 북촌과 서촌을 끼고 있는 광화문은 예외다. 청와대 공원, 광화문 공원,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서는 이 지역은 세계적인 박물관 지구로 발돋움한다. 문화지구로서 전망이 밝아서인지 광화문으로 이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한다.
문화지구로 뜨는 광화문 장점 참고해야
광화문 지역의 비밀은 무엇일까? 우수한 보행 환경과 문화 콘텐츠다. 그렇다면 명동이 해야 할 일은 세 가지다. 광화문과의 연계성을 높이고 자체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문화자원을 확충해야 한다. 첫 번째 사업이 광화문과 명동의 보행 접근성 제고다. 현재 광화문과 명동은 한 동네가 아니다. 일제강점기 시인 이상과 소설가 박태원은 광화문과 명동을 하나의 동네로 누볐지만 지금 광화문과 명동 사이를 걸어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유는 남대문로, 을지로 등 광화문과 명동을 연결하는 도로가 걷기 좋은 길이 아닌 데 있다. 보행로가 쾌적하지 않고 1970년대 이후 건설된 도심 대단지가 남대문로와 을지로의 보행 흐름을 방해한다. 남대문로의 보행 환경을 개선하면 명동 내부의 연결성도 좋아진다. 현재 명동 가로(街路) 상권은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상권의 앵커 시설(거점지원시설)과 분리되어 있다. 남대문로의 보도 공간을 확장하고 횡단보도를 추가적으로 설치하면, 백화점과 가로 상권이 하나의 상권으로 통합될 수 있다.
관광객 의존도 낮추고 상주인구 늘려야
두 번째가 명동 내부 보행 환경의 개선이다. 남북 횡단로인 남대문로, 삼일대로, 충무로와 동서 횡단로인 을지로, 퇴계로 모두 보행자에게 좋은 길이 아니다. 명동 도로망을 중로(4차선 이하)와 골목길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사람이 모이는 가로 상권을 조성할 수 있다. 원도심 재생을 위해 주목해야 할 길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명동을 연결하는 2차선 마른내길이다. 마른내길을 쾌적하게 재생해 DDP와 명동의 도보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
세 번째가 문화시설 유치다. 최근 트렌드는 민간의 로컬 콘텐츠 개발이다. 피크닉, 페이지 명동, 로컬스티치 을지로와 명동 등 민간 재생 사업자들이 명동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명동과 남산을 연결하는 골목길을 콘텐츠 거리로 조성한 ‘명동 재미로’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변화가 대기업의 투자다. 신세계는 백화점 뒤에 레스케이프호텔을 건설하고 이마트 본사를 인근 오렌지센터로 이전했다. 롯데백화점도 최근 대대적인 리모델링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높였다. 명동 재생의 파트너로서 명동 경제에 의존하는 신세계와 롯데만큼 좋은 기업이 없다.
명동 재생의 장기적인 목표는 직주락(職住樂) 센터 조성이다. 코로나 위기로 인해 생활 반경이 좁혀지면서 상업시설과 오피스만으로는 지역의 활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명동도 현재의 관광객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상주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회현동, 남산동 등 배후 지역의 재개발도 고려해야 한다. 다양한 개발과 재생 모델로 재구성된 명동이 원도심의 프리미어 상권으로 부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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