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토닥토닥'] "예쁘게 말해" 강요하지 말고 표현 방법을 알려주세요
부모들이 아이를 훈육할 때 자주 쓰는 말이 있어요. 바로 “예쁘게 말해”입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이 말만큼 억지스러운 말도 없어요.
동생이 형의 장난감을 몰래 가지고 놀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세요. 이 모습을 발견한 형이 화가 나서 “내 장난감 가지고 놀지 말랬지? 빨리 내놔” 하며 소리를 질러요. 그럼 엄마는 “지금 잠깐 만진 거야. 뭘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그래?”라고 말하지요. 아이는 더 화가 나서 “내 거라고! 내 거라고!”라고 악을 씁니다. 엄마는 “어허, 예쁘게 말하라고 했지?”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는 과연 예쁘게 말할 수 있을까요?
아이가 뭔가 여러 번 말했는데, 바쁜 일이 있는지 엄마는 들어주지 않습니다. 아이는 결국 울음 섞인 목소리로 “엄마, 이것 좀 해달라고” 하며 조르지요. 엄마는 미간을 찌푸리며 “징징거리면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예쁘게 다시 말해봐”라고 합니다. 아이는 과연 예쁘게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 부모들은 화가 나고 답답한 상황에 처한 아이가 소리를 지르거나 징징대면, 여지없이 “예쁘게 말해”라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어떤 상황에서든 예쁘게 말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모든 상황에서 말을 예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가 가르쳐야 하는 것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지침이지, 예쁜 말 그 자체가 아니에요. 첫 번째 사례의 아이에게는 “소리 지르지 마”라고 말해주고, 두 번째 아이에게는 “엄마도 네 말 들었거든.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해주면 됩니다.
아이가 갖는 감정은 무시한 채 예쁜 말만을 강요하지 마세요. 기분이 나쁠 때는 퉁명스럽게 말할 수도 있는 겁니다. 말에 담긴 아이의 감정까지 부모가 원하는 대로 고치겠다는 것은 아이의 감정을 통제하겠다는 거예요. 굴복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말의 목적은 상대방에게 내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지, 예쁘게 말하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표현 방식은 가르쳐줘야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까지 잘못된 것이라며 혼내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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