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키스패너 폭행 용서한 바부씨에 온정 쏟아졌다... 선의가 낳은 선의

신지인 기자 2022. 7. 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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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 사람으로서 얼마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는지 아세요? 젊었을 때 가난한 미국 유학생 시절도 떠오르고….”

지난 29일 기자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자신을 멍키스패너로 폭행한 공장장을 용서한 방글라데시인 바부 누루나비(30)씨의 사연을 보도한 이튿날이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경기도 수원에 산다는 함모(85)씨였다. 그는 앞으로 매달 바부씨에게 30만원을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기 얘기를 털어놨다. 함씨는 지난 1960년 미국 미주리주 유학길에 올랐다고 한다. 빠듯한 생활비를 벌려고 접시 닦이와 도서관 장서 정리, 화장실 청소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고 한다. 기사를 읽으며 바부씨가 겪은 고초가 자신의 일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2016년부터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출신 근로자 바부씨가 그의 고향에서 아들 아불라(왼쪽), 딸 부시라와 함께 있는 모습. /바부 누루나비

놀랍게도 이런 독자들이 더 있었다. 김기훈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도 기자에게 연락해 바부씨에게 100만원을 전달했다. 그는 기사를 읽으며 20대 때 경기도 안산으로 의료 봉사를 다녀온 기억을 떠올렸다고 했다. 당시 “한국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다”며 토로한 외국인 근로자가 많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때 그런 분들을 더 도와줄걸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야 행동으로 옮기게 됐다”며 “액수가 많지는 않지만, 8월에 방글라데시로 돌아가는 바부씨가 아내와 아들, 딸에게 작은 선물 하나씩 들고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메일을 보내 바부씨의 계좌 번호를 알려 달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알고 보니 매출 1조원대 수준의 국내 한 중견기업 명예회장 비서실에서 온 연락이었다. 80대인 이 기업인의 비서실 관계자는 “회장님이 사비로 기부를 하고 싶어 하시는데, 외부에 알려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30일 아침 바부씨가 기자에게 문자 한 통을 보내왔다. ‘보르는(모르는) 사람이 저에게 돈을 주었어요’라는 한마디였다.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자 바부씨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돈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데 연락처를 몰라요. 좋은 사람들이 많은 한국에 많아요. 비자 때문에 8월에 방글라데시 돌아가야 하지만, 다시 꼭 놀러올게요.”

자기를 때린 사람을 조건 없이 용서한 바부씨, 그런 그를 응원하기 위해 연락을 준 시민들. 이들의 사연을 들으며 며칠간 마음이 참 따듯했다. 한국 사람에 대한 바부씨의 애정과 믿음이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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