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수의 사람을 생각하는 정책] 문제는 형평성..건보료 체계 다시 손봐야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 2022. 7. 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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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긴급재난지원금 선별 지원과 관련된 논란의 원인은 바로 건강보험료였다. 건강보험공단에는 민원이 폭주했고 언론은 직장과 지역으로 이원화되어 부과되는 건강보험료와 이를 활용한 긴급재난지원금 대상 선정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당시 복지 사각지대 문제와 건강보험료 부담, 생계형 체납이 사회적 이슈였다면, 긴급재난지원금은 국민들에게 건강보험료에 대한 의문과 동시에 불만을 갖게 만들었다.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

이러한 상황에서 2018년 7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1단계 개편 당시 예정되었던 2단계 개편의 주요 내용이 지난 29일 발표되었다. 당초 계획에는 2단계 개편 시점이 2022년 7월이었으나 9월로 연기된 것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1단계 개편을 추진하고 2단계 개편을 위한 계획을 확정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1단계 개편에 이어 이번에 발표된 2단계 개편의 기본방향과 세부 기준 등 주요 내용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2015년까지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소득공제 축소 등 세제혜택 개편 추진 과정에서 경험한 중산층의 반발과 정치적 부담 등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모두 확정하고도 결국 추진하지 못했다.

개인의 수급권과 보장성 확대를 위해 보험료 납부가 중요하고 재산을 반영하지 않는 국민연금·고용보험과 달리, 건강보험료 부과는 부담 능력에 따른 형평성과 합리성이 핵심이다. 직장과 지역으로 이원화된 건강보험료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향은 3가지로 정리된다. 먼저 재산이 많아도 부과하지 않는 직장가입자와 마찬가지로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대신 소득보험료를 투명하게 부과할 수 있도록 소득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직장가입자 역시 임금 이외에 발생한 다양한 소득에 대해 보험료 부과를 확대해야 한다. 오는 9월부터 적용되는 2단계 개편안 역시 이러한 방향에서 구성된 것이다.

재산보험료 부과표 개선방안 실종

우선 당초 개편안과 달리 수정된 내용에서 주목할 부분은, 피부양자 인정 자격요건 중 재산 기준을 현행 과세표준 5억4000만원으로 유지하는 대신 소득 기준은 종합소득금액 2000만원으로 강화하고 연금소득 반영률을 50%로 높이는 방안을 계획대로 시행하는 것이다. 피부양자 기준 강화는 상당한 소득·재산이 있음에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무임승차하는 문제와 소득이 낮아 부담 능력이 없지만 피부양자에서 제외되어 지역가입자로서 재산보험료를 부담하는 형평성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개편안 작업 당시 종합부동산세 기준을 준용한 것을 감안한다면, 최근 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부동산세제 개편안 시행 과정을 지켜보며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추가 개편과 연계하여 다시 추진해야 한다.

반면 소득 기준을 강화하고 특히 연금소득 반영률을 인상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근 연금소득 중심으로 피부양자 제외와 관련해 고령자 부담 논란이 확산되며 개편 추진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흘렀다. 특히 연금소득 반영률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치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리거나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춰 연금급여액을 높여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으로 무용지물이 된다는 내용까지 나올 정도였다. 연금개혁 논의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요인으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불안정 노동자들보다 많은 연금소득을 받으면서 건강보험에 무임승차하는 경우 피부양자에서 제외시켜 부담 능력에 맞는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도록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2단계 개편안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시행하는 문제와 추가 개편 필요성에 주목해야 하는 내용은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다. 지역가입자의 재산공제를 5000만원으로 확대했지만 이는 2015년 개편안 작업 당시 지역가입자 재산보유 분포에서 상위 40% 수준의 금액을 설정한 것이다. 그동안의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지역가입자 재산 보유 수준과 재산가액 변동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재산보험료 축소 방향에 맞춰 추가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자동차에 부과하는 보험료 폐지가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초연금 수급 대상 선정 과정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는 4000만원 이상 자동차 기준을 준용하여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도록 그대로 둔 것은 적절치 않다. 1단계 당시 불합리한 평가보험료를 폐지한 것처럼 서둘러 폐지해야 한다.

소득보험료 현실화 땐 재정 보완도

마지막으로, 이번 개편안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60등급의 재산보험료 부과표 개선방안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이다. 97개 구간에 따라 보험료가 부과되는 지역가입자 소득보험료의 역진성 문제 해소를 위해 소득금액에 비례한 정률 부과방식으로 전환한 것은, 실시간 소득 파악 기반으로 향후 지역가입자도 소득보험료 중심으로 부과하고 재산보험료를 완전히 폐지하는 방향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것이다. 반면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 부과표는 2015년 개편안 작업 당시 고액 재산 구간을 확대해 60등급으로 만든 후 지역가입자의 재산 보유 분포 변화나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반영하여 구간별 재산가액 기준을 상향 조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재산보험료 부과표는 매우 역진적이다. 소득에 비례한 사회보험료와 마찬가지로 재산에 부과되는 보험료 역시 소득세처럼 누진적이지는 않아도 비례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 부과표를 살펴보면, 재산가액이 낮은 구간일수록 재산가액 대비 더 많은 재산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재산가액에서 5000만원을 공제하더라도 재산보험료 부과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매우 역진적이므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재산보험료 부담은 커졌고 형평성에 대한 불만은 해소되지 않는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축소나 폐지 방향으로 부과체계 개편은 계속해야 하지만, 소득보험료는 보다 투명하고 현실에 맞게 부과해야 한다. 소득금액 대신 국세청이 근로장려세제 운영 시 소득 개념으로 활용하는 조정소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적용하면, 소득보험료 현실화를 통해 재산보험료 조정으로 감소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보완할 수 있고, 직역 간 형평성과 국민의 수용성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실시간 소득 파악 기반의 소득 중심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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