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의 무덤' 청와대가 남긴 대통령의 길
'BH 청와대, 그 마지막 15일' 발간
"신·구 정권 갈등이 남긴 교훈 기록"
청와대의 마지막 15일을 주목한 책이 나왔다.
2008년 7월부터 청와대를 14년 출입하며 역대 정부의 국정을 기록, 한국의 ‘헬렌 토마스’로 불리는 남궁창성(사진) 강원도민일보 서울본부장이 쓴 ‘BH 청와대, 그 마지막 15일’이다. 남궁 본부장은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청와대를 출입한 청와대 시대의 마지막 기자이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후 용산 대통령실 시대의 첫 기자다.
저자는 2022년 4월 25일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15일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당일인 5월 10일 하루를 제3자의 미시적 관점에서 하루하루 추적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의 힘으로 강행 처리한 ‘검수완박’이 완성되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인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이뤄진 기간이다.
양측은 짧고도 길었던 16일 내내 갈등하고 대립하며 충돌했다. 문재인 정부는 다양한 전술로 ‘문재명 지키기 법’이라는 평가를 받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을 개정해 5월3일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공포했다. 동시에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취임 준비 등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새 정부 출범을 설계하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결국 문 대통령을 향해 “청와대가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상징이라던 문 대통령은 그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마지막 대통령으로서 남은 임기 동안 국민께 예의를 지키라”고 저격하며 양측 간 갈등은 화산처럼 폭발했다.
이 과정을 추적한 저자는 “신·구 정권의 갈등이 우리에게 준 교훈을 기록하고 싶었다”며 “흑백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빠르게 사라져 가는 청와대의 모습과 청와대 사람들도 역사로 남기고 싶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그간 전해지지 않았던 청와대 비사와 지방선거 준비나 검수완박 논란 등을 둘러싼 막전막후 풍경을 엿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청와대 고별 기자간담회와 북악산 고별 산행, 춘추관 기자식당 폐점 예고와 e춘추관 서비스 중단 등 청와대 시대의 마감을 바라보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오찬장이나 기자회견, 행사등에서 이어진 답변과 질문 등 전문을 곳곳에 달아 숨막히게 흐른 보름의 시간이 생생히 느껴진다.
저자의 책 집필 동기는 이 책의 후기 ‘왕들의 무덤, 청와대’에 자세히 나와 있다.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던 역대 대통령들이 왜,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하다 결국은 실패한 대통령으로 임기를 허겁지겁 마무리하는지, 그 원인을 들여다 봤다. 이 글은 역대 대통령들이 ‘과거의 포로’거나 ‘과거의 죄수’로서 국정을 편향적으로 운영했다고 평가했다. 또 대통령 개인의 영웅담과 성공 신화는 집권후 ‘미신’으로 우상화돼 오만의 정치로 수평적 국정 운영을 막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민정수석을 ‘권력의 채찍’으로 휘두르며 작동하는 ‘청와대 정부’는 공화정의 리더를 제왕적 대통령으로 만들어 결국, 필패의 길을 걸었다는 기록도 날카롭다.
여기에 집권 여당은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거수기를 자처하며 행정부와 입법부의 견제와 균형도 깨져 갔다고 봤다. 재야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경고음을 수시로 울려야 하는 시민단체의 타락과 언론의 권력화 역시 대한민국의 공화정을 병들게 했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책은 5년전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를 나란히 소개하며 집권자들이 과거와 역사로부터 배울 것을 당부한다. 또 공간적으로 ‘왕들의 무덤, 청와대’에서 탈출한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대로 “자유·인권·공정·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 가길 소망한다”고 맺었다. “한 시대의 공과는 그 시대를 책임졌던 사람들이 노력과 과오의 결과”라는 구절은 대통령을 둘러싼 권력의 핵심을 왜 늘 들여다봐 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한림대에서 역사학,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1989년 기자생활을 시작,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수용자권익위원회 위원과 한국기자협회 제20대 대통령 후보 초청토론회 기획위원 등으로 일했다. 현재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남북언론교류위원회 위원과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세훈 seho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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