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없이도 사는 법] 경찰국 신설은 '법적 근거'없는 경찰 통제?

양은경 기자 입력 2022. 7.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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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행정안전부가 경찰업무조직 '경찰국' 신설 방침을 밝힌 가운데 30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을 지휘 감독할 수 있는 조직(이른바 ‘경찰국’)을 신설하는 방침을 두고 ‘법적 근거도 없이 경찰을 통제하려 한다’는 경찰측 주장과 ‘법에 따른 권한의 행사’라는 행안부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입장 차이는 우선 정부조직법이나 경찰청법 등 행안부와 경찰의 관계를 정한 법률의 해석에서 비롯됩니다.

정부조직법 34조는 행안부의 기능과 역할을 정하고 있습니다. 1항은 행안부 장관의 관장 사무로 국무회의의 서무, 법령 및 조약의 공포, 정부조직과 정원, 상훈, 정부혁신 등 18개 사무를 들고 있습니다. 이중에 ‘치안’은 없습니다.

5항은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안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돼 있습니다. 경찰측은 이들 조문을 근거로 “행안부 장관이 정부조직법상 치안 사무를 관장한다는 주장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합니다. 1항이 정한 행안부 장관의 관장 사무에서 ‘치안’이 빠져 있고, 5항의 해석상 치안 사무는 경찰청 소관이라는 것입니다. 1990년 말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면서 치안 사무 관장의 주체를 경찰청으로 했고, 당시 법 개정 취지는 민생치안 역량의 강화와 경찰행정의 중립성 보장을 위한 것으로서 1991년 제정된 경찰청법에도 그런 뜻이 반영돼 있는 만큼 행안부의 통제와 지휘는 부당하다는 주장입니다.

아울러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면 행안부 산하 조직신설 대신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면 된다”고도 합니다. 국가경찰위원회는 국가경찰사무에 관한 인사, 예산, 인권보호 등과 관련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관입니다. 위원장을 비롯한 7명의 위원(상임위원 1명)으로 구성되며, 현재 민변 회장 출신인 김호철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반면 행안부 산하 경찰지원조직 신설 등의 방안을 내놓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이미 현행법 곳곳에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권한을 정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대표적인 조항이 정부조직법 7조(행정기관의 장의 직무권한)입니다. 1항은 ‘각 행정기관의 장은 소관사무를 통할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 4항은 ‘소속청에 대해서는 중요정책수립에 관해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경찰청이 행안부의 소속청이므로 행안부장관이 경찰청장에 대해 중요정책수립에 대한 직접 지휘권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문위가 주목한 현행법 조항은 경찰에 대한 행안부 장관의 ‘인사제청권’입니다. 대표적인 조항이 경찰청장의 임명을 정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 14조 2항으로, ‘국가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내용입니다. 시·도 경찰청장(경찰법 28조 2항),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경찰공무원법 7조 1항)임명에도 ‘행안부장관의 제청’이 들어갑니다.

이처럼 법이 행안부장관의 인사 제청권을 명문화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치안비서관 등을 통한 청와대와 경찰의 ‘직거래’로 사실상 형해화됐다는 게 자문위의 판단입니다. 황정근 자문위원장은 “이제는 청와대의 ‘권한 내려놓기’에 따라 민정수석실과 치안비서관제가 모두 없어진 만큼 행안부장관을 통해 법이 정한 대로 제청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검찰청법에도 장관의 인사제청에 관한 조항이 있습니다. 34조 1항의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는 내용입니다. 경찰보다 고도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준(準)사법기관’의 지위에 있는 검찰 또한 법무부장관의 제청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는 만큼 경찰 인사도 당연히 법이 정한 방식대로 장관의 제청권이 행사돼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행안부 산하 조직 신설 대신 ‘국가경찰위원회’의 실질화를 통한 문민 통제 방안에 대해서도 자문위는 회의적입니다. 법문상 심의·의결기관으로 돼 있지만, 실상은 자문기구에 불과해 경찰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권을 갖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자문위의 한 관계자는 “민간 성격의 위원회가 강제력 행사인 ‘수사’를 좌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국가경찰위원회는 경찰에도 민주적 통제를 위한 위원회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알리바이 기구’ 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경찰법과 경찰공무원법의 ‘임명제청권’조항 등을 보면 법문상으로는 ‘이미 장관의 지휘·감독권한이 명문화돼 있다’는 행안부측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갖습니다. 13만 경찰의 ‘문민통제’ 방안으로 현재의 국가경찰위원회가 역부족인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과거 정부조직법 개정 및 경찰청법 제정의 핵심 취지인 ‘경찰행정의 중립성’을 경찰이 얼마나 구현해 왔는지, 그에 대한 의문점을 먼저 해소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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