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尹정부, ICC '침략범죄 정의' 채택 서둘러야
침략 행위로 규정.. 北 도발도 해당
123개 회원국 중 43개국 비준·수락
침략 억제 위해 한국도 조속 도입을
오늘은 2002년 7월1일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반인도범죄, 전쟁범죄, 침략범죄에 대한 관할권을 갖는 상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출범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 ICC 회원국이 되었고 2007년 ICC 관할범죄 처벌법도 제정하였지만 이후 ICC가 채택한 침략범죄의 정의 도입을 미루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처럼 국제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침략을 억제하기 위하여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123개 ICC 회원국 중 43개국이 비준·수락한 침략범죄의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흥미롭게도 로마규정에서 채택된 침략범죄의 정의는 1930년대 초 소련이 처음 낸 제안에 기초한 것이다. 1928년 서방 주도로 국가정책 수단으로서의 전쟁을 금지하는 파리조약(켈로그·브리앙 조약)이 체결되었지만 나치 독일과 괴뢰 만주국을 세운 일제의 위협에 직면한 소련은 추상적인 전쟁 금지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침략의 법적 정의 도입을 주장하였다. 특히, 당시 집단안보체제의 지지자였던 소련의 리트비노프 외교위원(외교부 장관)은 국제연맹에서 영국과 미국의 반대로 침략의 법적 정의 채택이 무산되자 1933년 7월 아프가니스탄, 체코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페르시아, 폴란드, 루마니아, 튀르키예, 유고슬라비아 10개국과 세 번에 걸쳐 ‘침략 정의 협약’을 체결하였다.
1939년 스탈린은 서방이 나치 독일의 재무장과 체코슬로바키아 병합에 갈피를 못 잡자 유대인이었던 리트비노프를 몰로토프로 교체하고 히틀러와 불가침 조약 체결 후 폴란드와 발트해 3국을 점령해버린다. 그러나 소련을 경계하던 이들 반공 국가들조차 ‘침략 정의 협약’ 체결에 동참할 정도로 침략의 불법화는 중견국들에게는 사활적 국익이 걸려 있다. 그래서 리트비노프의 제안은 1974년 유엔 총회의 ‘침략 정의 결의’에 이어 로마규정에까지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외교적 맥락을 감안할 때 조속한 ICC 침략범죄 개정안 비준·수락과 ICC 관할범죄 처벌법에 침략범죄 추가는 우리 국익에 부합된다. 또한 ICC 가입이 저조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변국들에게도 침략범죄 도입을 통하여 무력분쟁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ICC 가입을 권하는 것이 역내 국제관계에서 법의 지배 확립에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독일 등의 모범례를 참조하여 이미 ICC 관할범죄 처벌법에 규정된 제노사이드, 반인도범죄, 전쟁범죄와 함께 침략범죄의 효과적인 수사·기소를 맡을 전담 부서를 검찰에 설치하여 전문성과 국제공조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 정의를 통한 평화는 행동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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