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없는' 청주 북부시장 청년몰..소송까지 '시끌'

이삭 기자 2022. 6. 3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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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부시장 내 청년몰이 지난 27일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긴 채 썰렁한 모습이다.

“청년몰인데 청년이 없어요.”

지난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 북부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이 ‘청년창업 특화구역’(청년몰)을 바라보며 푸념했다. 이 상인은 “청년몰 점포는 11곳인데 실제 운영 매장은 4곳뿐”이라며 “업주들도 청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970년 조성된 북부시장은 120여개 점포가 자리 잡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인근 진천과 증평에서 장을 보러올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곳이다.

이곳에 청년몰이 들어선 것은 2016년이다. 청주시가 1억5000여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시장 입구 두 곳에 각각 5개와 6개의 점포를 만들었다. 점포 1곳당 크기는 6.6㎡다.

청주시와 북부시장 상인회는 젊은이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창업의 꿈을 가진 만 40세 미만 청년들에게 이곳을 무상으로 임대했다. 청년몰에는 핫도그, 디저트 카페, 공방 등 다양한 점포가 들어섰다. 초기에는 청년몰을 찾아온 젊은이들로 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이날 오후 찾은 북부시장은 6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겼다. 저마다 개성을 자랑하던 청년몰은 치킨집, 분식집, 배달전문점 등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 업주가 2~3개 매장을 합쳐 사용하기도 했다. 몇몇 매장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한 상인은 “2018년쯤부터 젊은이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50세가 넘는 사람들이 점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결국 상인회는 청년몰에 입점한 업주들에게 1개 점포당 월 5만원씩의 월세를 받기로 했다. 2곳을 사용하면 10만원, 3곳은 15만원을 내야 한다.

청년몰 입점 업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월세 대신 도로점용비와 재산세를 한 점포당 매년 13만원 정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청년몰에 입점한 한 업주는 “시설 보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월세를 받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수도와 전기세도 입점 상인들이 일괄적으로 내고 있다. 점포별로 분리해 달라는 요구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갈등은 수년 전 시작됐다. 상인회 측은 청년몰 입점 업주들에게 임대계약 종료를 통지하고 지난 2월 명도 소송을 냈다. 상인회장 박모씨는 “점포를 무상으로 임대하다 보니 청년들이 의욕이 없었다. 한두 달 정도 장사를 하고 가게를 접고 떠나는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상인들과 어울려 일을 배우는 장소로 만들고 싶었다. 뜻이 변질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이들의 다툼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태도다. 청주시 관계자는 30일 “2018년 사업이 종료되면서 관리·감독 권한을 상인회에 맡겼다”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시에서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이 끝나면 다시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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