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고리마저 등 돌려..'윤심', 이준석 손절했나
박, 대선 후 ‘윤·이 조율’ 역할
3개월 만에 “일신상의 이유”
윤 대통령 의중 반영 해석
이, 당내 입지 더욱 좁아져
SNS엔 “달리면 되지” 돌파 뜻
윤리위 심사 전 사퇴설 일축
박성민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사진)이 30일 전격 사임했다. 박 비서실장은 대표적인 친윤석열계로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소통 고리 역할을 했다. 이 대표의 성비위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심사를 일주일 앞두고 이 대표를 ‘손절’하려는 윤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심(尹心)’이 기우는 모양새가 되면서 이 대표의 당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윤리위 심사 전 사퇴설을 일축하며 개혁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박 실장은 보도자료에서 “일신상의 이유로 당대표 비서실장직을 사임했다”고 밝혔다. 대선 승리 후 이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3개월여 만이다. 박 실장은 구체적인 사임 사유에 대한 언급을 꺼렸지만 당내에선 윤 대통령과 소통한 결과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박 실장은 윤 대통령이 2014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로 대구고검에 좌천됐을 때 울산 중구청장으로 자주 만나며 교분을 쌓았다. 지금도 윤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대선 후 이 대표 요청과 윤 대통령 부탁으로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아 이 대표와 대통령실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자신을 ‘평화유지군’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박 실장이 대통령 의사에 반해 그만두진 않았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외국 출장 중에 그만둬 ‘도어스테핑’에서 응답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이 대표가 여권 내 갈등을 키우는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이 박 실장을 나무랐다는 얘기도 들린다. 장제원·안철수 의원과의 설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둘러싼 진실공방 등이 그 예다. 윤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출장을 배웅할 때 이 대표가 오지 않아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런 과정에서 박 실장이 양측의 거리를 좁히려다 한계를 느꼈을 것이란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내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박 실장이 이 대표에게 싸우지 말라고 설득했는데 말이 안 통하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 이 대표를 편드는 발언은 사라지는 분위기다. 오는 7일 당 윤리위 심사에서 이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란 전망도 많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이 대표가 순순히 물러날 리 없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과 김무성·유승민 당 지도부 간 갈등을 떠올리며 내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는 개혁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새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뭐 복잡하게 생각하나. 모두 달리면 되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글의 의미에 대해 “아무리 정치적 사안이 발생해도 개혁 동력은 이어나가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근 당과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언급하며 “돌파할 방법은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 혁신위원회 등으로 개혁 명분을 내세워 자신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뚫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윤리위 심사 전 사퇴설과 관련해 “그런 경우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박 실장 사임에 대해 “어제 박 실장에게 상황 설명을 듣고 박 실장의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사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미덥·유설희·문광호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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