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내게는 최고임금..항상 마이너스 생활" 한숨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조해람 기자 입력 2022. 6. 30. 21:37 수정 2022. 6. 3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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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인상' 그치자 시름 깊어진 저임금 노동자들
고민하는 근로자위원 29일 밤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9620원으로 결정됐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대출금 상환에 물가상승으로 교육비·생활비 빠듯
식권 2500원도 아끼려 도시락…더 버티기 어려워

5년째 빌딩에서 청소 업무를 하는 남미해씨(60)는 법정 최저임금을 받는다. 한 달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170만원 남짓이다. 고등학생 손녀와 함께 사는 남씨는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다. 다달이 빠져나가는 가스·전기요금, 교통비, 보험료 등 고정지출만으로도 빠듯한데 최근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이 가중됐다. 가족과 떨어져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남씨 남편도 최저임금을 받고 일한다. 남편의 벌이는 주로 대출금 상환에 쓰는데 이 또한 금리가 인상돼 부담이 커졌다. 남씨는 30일 “코로나19 때문에 경제상황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며 “물가가 오르고 생활이 힘들어진 것은 다 같이 겪는 일인데 노동자들에게는 아무 보상이 없다”고 했다.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인 저임금 노동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소식에 시름이 더 깊어졌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460원(5%) 오른 시간당 9620원이다. 주 40시간을 꼬박 일하면 월 201만580원을 받는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 노동자들은 이 정도 인상으로 ‘3고(고물가·고금리·고유가)’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어르신 돌봄노동을 하는 요양보호사는 절반 이상이 시간제 계약직인데, 통상 최저임금을 받는다. 강신승 서울중랑요양원 분회장(61)은 “2500원짜리 식권을 사서 밥을 먹는데, 요즘엔 그 비용도 아끼려고 도시락을 싸온다”며 “야간근무를 하고 싶지 않아도 몇십만원 더 받기 위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주 6일 일하는 미화노동자 이금덕씨(66)는 실수령하는 월급이 130만원대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이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 홀로 살게 됐지만 “항상 마이너스 생활”이라고 했다. 그는 “덜 먹고 병원에도 덜 가게 된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참 좋겠다”고 했다.

비정규직 청년들도 최저임금 ‘찔끔 인상’에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고양시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모씨(21)는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데도 핫바, 컵라면 등으로 ‘배부른 한 끼’를 먹으면 7000~8000원이 훌쩍 넘는다고 했다.

박씨는 “점심·저녁 식사 비용만으로 1시간 반만큼의 시급을 쓰는 셈”이라며 “서민 음식으로 불렸던 음식들의 가격도 이미 1만원을 넘어섰다. 한 시간 일한 돈으로는 밥 한 끼도 먹기 어렵다”고 했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구재우씨(19)는 “용돈을 받지 않아 월급의 3분의 2 정도는 대학 등록금으로 나간다”며 “등록금이 오른다는 이야기가 있어 착잡하다. 일을 더 늘려야 하나 싶지만 공부도 해야 하니 여유롭지 않다”고 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인용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4.5%)는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실제 물가상승률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은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셈”이라고 했다. 이남신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최저임금은 노조를 통해 자기 임금을 지킬 수 없는 이들의 임금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마저도 안 지키는 사업장이 많다”고 말했다.

박하얀·조해람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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