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흔적만 묻어도 좌천성 인사..검사들 줄사표 행렬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허진무 기자 2022. 6. 3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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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사단’이 요직을 싹쓸이한 지난 검찰 인사를 전후해 검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 정기 인사 단행 이후 사흘째인 30일까지 두 자릿수 이상의 검찰 중간간부가 사의를 표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만 이선혁 형사1부장, 류국량 공판1부장(이상 사법연수원 31기), 이혜은 공보담당관, 고진원 공정거래조사부 부장(사법연수원 33기)이 사표를 냈다.

이 밖에도 최용훈 대검 인권정책관(27기), 조재빈 인천지검 1차장, 양중진 수원지검 1차장, 박상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이상 29기), 이동수 의정부지검 차장(30기), 김재하 대검찰청 인권기획담당관(31기), 홍성준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34기) 등이 줄줄이 사의를 표했다.

‘윤석열 사단’ 중용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정부에서 정권 수사를 하다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검사들을 주요 보직에 기용하면서 ‘친윤’으로 분류되지 않은 검사들이 설자리를 잃었다는 것이다.

조재빈 인천지검 1차장은 인사 당일인 지난 28일 사의를 표했다. 그는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특수통 검사로 분류됐다. 2007년에는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을, 2016년에는 롯데그룹 총수일가 사건을 수사했다. 지난달에는 계곡 살인 사건 수사를 지휘해 주범 이은해씨 등을 구속기소했다. ‘친윤’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지난 정부에서 중용됐다고 보기도 어려워 검사장 승진 대상자로 거론됐다. 그런데도 이번 인사에서 한직인 서울고검으로 밀려나자 사의를 표했다.

임현 서울고검 형사부장(28기)과 양중진 수원지검 1차장검사도 인사를 전후해 사의를 표했다. 임 부장과 양 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과 2018년 차례로 중앙지검 공안1부장을 지내며 ‘공안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러나 임 부장은 검사장 승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양 차장은 이번 인사에서 서울고검으로 발령났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된 이성윤·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지난 1년간 상관으로 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부장검사는 “문재인 정부를 수사했다는 이유로 좌천됐던 검사들이 돌아온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어쩌다 자리를 맡았을 뿐인데 ‘지난 정부의 사람’으로 찍혀 좌천된 검사들은 충격이 큰 상태”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다가 좌천성 인사를 당한 검사도 적지 않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공보 업무를 담당한 이혜은 부장검사는 이날 사표를 냈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 대구지검 서부지청 인권보호관으로 발령났다. 이 부장은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된 이정수 전 검사장과 함께 일했다. ‘검찰의 입’인 서인선 대검 대변인(31기)은 서울북부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대변인에 임명되기 전 근무지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라 좌천성 인사라는 말이 나온다. B부장검사는 “당시 검찰 입장을 이들이 작성한 것도 아닌데 그걸 문제 삼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주말도 밤낮도 없이 언론대응하느라 고생한 사람들인데 다른 인사보다 더 화가 난다”고 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표방했지만 이쪽 편을 저쪽 편으로 교체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C부장검사는 “이번 인사는 최악이다. ‘검수완박(검찰청법 개정)’ 때 하나로 뭉쳤는데 인사로 다시 양분됐다”며 “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인권보호관, 고검 검사 등으로 발령이 나면 이제 그만 나가라는 것으로 받아들 일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처음 단행된 검찰 인사 직후의 줄사표를 떠오르게 한다는 반응도 있다. 당시에도 윤 대통령의 ‘자기 사람 챙기기 인사’라는 논란 속에 검사 60여명이 옷을 벗었다. A부장검사는 “사상 최대 인사라는 데, 사상 최대 사표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효상·이보라·허진무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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