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이번엔 강남성심병원 저격.."비대면 진료 아직은 불법"

안경진 기자 2022. 6. 3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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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강남성심병원 비대면진료·전자처방전에 유감 표명
[서울경제]

비대면 진료의 합법화 움직임에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의료계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에 이어 관련 서비스에 긍정적인 기조를 보이는 대학병원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자칫 비대면 진료가 본격 도입되는 듯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뿐 아니라 의료계 내부의 반목을 초래한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대한의사협회는 30일 “비대면 진료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전염병 심각 단계에 한시 허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남성심병원이 독자 시스템을 통해 본격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듯이 비쳐진다”며 “심히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의 이같은 행보는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이 지난 27일부터 자체 개발한 고객가이드앱 및 종합의료정보시스템(OCS·EMR)을 연동해 비대면 진료 및 전자처방전을 전면 시행한다고 밝힌 것을 저격한 것이다. 병원 측은 반복 처방이나 검사결과 상담 등 의학적 안전성이 입증되는 재진 환자에 한정해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환자가 진료 예약 7일 전 고객가이드앱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신청하면 의료진이 종합의료정보시스템을 통해 검사, 복용 약물, 진료기록 등을 실시간 파악하고 담당교수의 승인이 떨어지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진료비 수납과 전자처방전 발행도 모바일로 전환되기 때문에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병원 측은 “전자처방전은 병원·약국·환자·공인전자문서센터 등에서만 암호화된 형태로 보관하고, 환자 개인정보는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철저한 정보 보안이 이뤄진다”며 “특히 환자가 모바일로 처방전을 받게 됨에 따라 약국 선택권도 보장된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의협은 "비대면 진료 시스템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의료계 전체 논의를 통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의료계 내 불필요한 오해와 반목을 초래하는 행태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협회 차원에서 원격의료대응TF를 운영하며 합리적인 비대면 진료 시스템 마련을 위한 검토와 연구를 진행해 왔고, 오는 7월 7일 정보의학전문위원회를 출범해 전문가적 관점을 반영한 대안을 제시하겠다고도 예고했다. 국내 보건의료 체계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고 세계적 디지털 의료시대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구체적인 시스템 설계를 정부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는 게 의협 측 입장이다.

의협에 따르면 강남성심병원은 즉각 의협에 공문을 보내 “비대면 진료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한시적으로 일부 진료과에서 시행하던 전화진료를 고객이 보다 편리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전산으로 개발한 것일 뿐, 신환 유치나 본격적인 비대면 진료 확대 등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강남성심병원의) 기본 진료방침은 대면진료로, 향후에도 정부 정책 및 대한의사협회의 방침에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협 입장에선 '협회 주도의 비대면 진료 합법화'라는 명분을 확인 받으며 입지를 굳건히 하게 된 셈이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닥터나우’가 베타서비스로 선보인 ‘원하는 약 담아두기’를 중단한 사례가 있었다. 서울시의사회가 13일 서울시의사회는 의약품 오남용을 유발하고 전문의약품 광고 금지 등 약사법과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고발하자 닥터나우가 한발 물러서며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당시 닥터나우 측은 "시범 운영 시작 전 복수의 법률 검토를 진행했고 위법 소지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의료현장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음을 감지하고 서울시의사회를 필두로 의료계의 전문적인 의견을 경청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 및 조제약 배송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이 진행 중이지만 의약계는 플랫폼 업체를 통한 한시 허용체계를 일단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의협은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협조 없이는 비대면 진료 시스템 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강경 태세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 주도로 비대면 진료 등 보건의료계 현안을 논의하는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도 불참하고, 관련 소통 창구를 의협으로 일원화하라는 요구도 내세우고 있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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