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 노리는 유사투자자문, 진입장벽 없고 규제 허술 [리딩방 폭락장에 활개 (下)]
영업규제 법·제도 토대 미흡
금융당국 감독 강도·범위 제한
위법행위 적발 효율성 떨어져
자본시장법 개정 서둘러야
■'진입-영업-퇴출' 감독 강화해야
6월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 신고업자 수는 1997년 업종 도입 당시 54개에서 2010년 422개, 2015년 959개, 2018년 2032개, 2020년 2122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4년 '청담동 주식부자 사건' 발생으로 제도개선 필요성이 부상하며 2019년 7월 △신고 결격요건 마련 △주기적 자격요건 확인 △검사권 신설 등 관리 강화방안이 시행됐으나 유사투자자문업자 증가세는 멈추지 않았다.
현시점 유사투자자문업은 사실상 진입요건이 없고, 영업규제도 미비하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그 결과가 미등록 개별 투자자문 성행, 사설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판매 같은 투자일임 증식이란 것이다. 최근엔 유튜브 등 방송플랫폼을 통해 후원, 유료회원 구독료 등을 대가로 일대일 자문을 제공하는 형태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해 5월 금융위·금감원·금투협이 발표한 '유사투자자문업자 관리·감독 강화방안'에선 신고서식상 영업방식이 세분화돼 있지 않아 당국이 해당 자료만으로 업무 현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허위·과장광고가 자본시장법이 아닌 표시·광고법, 전가상거래법 등 일반 소비자 법규만 적용받아 처벌 수위가 약하고, 대표자 변경 후 업권에 재진입하는 업체가 비일비재해 퇴출 의미도 퇴색되고 있다.
이른바 '양지화'가 주요 개선방안으로 제시된다. 단체채팅방 등 양방향 채널을 활용해 유료회원제로 영업하는 전 사업을 투자자문업으로 판단해 등록을 요구하겠다는 주장이다. 현재는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일대일 자문만 금지돼 있으나, 운영자·(다수)참여자 간 대화를 주고받는 방식 자체를 막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유사투자자문업자는 알림톡 등 일방향 채널을 통한 영업만 가능해진다. 대화방식만 따져보면 불법리딩방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진입 단계에서 허위신고 처벌을 강화하고, 신고서식에 신종 영업방식을 반영하는 작업도 실시된다. 허위·과장광고 차단을 위한 과태료 부과 및 금감원 검사권 확대 목소리도 나온다. 책임자 재진입을 제한하는 등 퇴출제도까지 정비하는 게 당국의 구상이다. 문을 열고, 어장을 관리하고, 축출하는 권한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 근거가 생겨야 피해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규제강화를 통해 위법행위를 골라낸다면 투자자문·중개업을 원하는 업자들로 하여금 요건을 갖춰 제도권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멈춰선 법안도 처리돼야
지난해 6월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자본시장법)'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온라인 양방향 채널을 활용해 유료회원제 영업을 하는 경우 유사투자자문업 범위에서 제외해 미등록 투자자문 발생 소지를 사전 차단하고자 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직권말소 사유가 추가되고, 허위·과장광고 규제도 엄격해진다. 허위신고 처벌근거 역시 마련된다.
홍성국 의원실 관계자는 "현 리딩방 규제는 전자우편 등 과거 플랫폼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현재 다양한 SNS가 그 창구가 되는 탓에 법 개정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여야가 같은 입장이라 심의만 속행되면 법안 통과는 무리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법 개정이 곧 문제 종결은 아니다. 조새한 법무법인 자산 변호사는 "유투업조차 신청하지 않고 이를 사칭해 코인, 비상장주식 등 현행법 사각지대를 노리는 피싱업체마저 생기는 상황"이라며 "위법행위가 감지돼도 범인 특정이 쉽지 않은 데다 수사기관이 이슈가 된 후에야 움직이는 풍토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도 풀어야 할 숙제다. 조 변호사는 "코인이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정부가 밝힌 바도, 확정 판례도 없어 법리 다툼이 진행 중"이라며 "가상자산을 자본시장법 테두리 안으로 넣는 등 조치를 취해야 리딩방 외연 확장을 막을 수 있다"고 짚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이주미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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