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혁신기업] "고객에 집중하니 새로운 세상.. 스마트X로 유니콘 기업 성장할 것"

안경애 2022. 6. 30. 18: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계열 DB만 파고들어 세계 최고 성능으로 완성
글로벌 IoT 데이터 처리성능 테스트 4년연속 1위
AI·엣지 기술 묶어 현장문제 풀어주는 해법 제시
클라우드 기반 SaaS로 변신 세계시장 공략 가속
김성진 마크베이스 대표. 이슬기기자 9904sul@
마크베이스 직원들이 산업용 AIoT 솔루션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슬기기자 9904sul@

지능형 IoT 기술기업 '마크베이스'

"기술을 제껴두고 고객에 집중하니 새로운 세상이 보이더군요. 10년간 개발한 세계 1등 기술은 깊숙히 숨겨놨습니다."

마크베이스는 방망이 깎는 장인 같은 기업이다. SW(소프트웨어), 그 중에서도 상당한 실력자 아니면 접근하기 힘든 DB(데이터베이스) 한 길을 걸어왔다. 데이터를 잘 담아두고 쓸 수 있게 하는 DB 중에서도 시계열 DB만 파고들어 세계 최고 성능으로 완성시켰다.

시계열 데이터는 일정 시간 간격으로 생산되는 숫자 데이터를 말한다. 기상정보나 주식정보가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IoT(사물인터넷)가 도시와 산업현장 곳곳에 적용돼 엄청난 양의 센서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면서 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시계열 DB에 대한 수요가 커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최신형 항공기 1대의 엔진은 1시간에 수십 테라바이트(1조 바이트)의 센서 데이터를 내놓는다. 대형 제조공장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는 초당 수백만건에 달한다. 그런데 그동안 기업들이 주로 써온 RDB(관계형DB)는 초당 생성되는 데이터가 수만건만 돼도 처리에 문제가 생긴다.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빅데이터 솔루션조차 한계가 있다.

이와 달리 시계열 DB는 훨씬 방대한 데이터를 민첩하게 처리한다. IoT발 데이터 폭발을 수용하는 유일한 방법인 것.

대학에서 유전공학, 대학원에서 DB를 전공하고 1999년부터 DB 산업현장에서 활동해온 김성진 마크베이스 대표는 IoT 시대에 맞는 DB를 통해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로 2013년 마크베이스를 창업했다.

DB는 세계적으로도 IBM, 오라클 같은 대형 기술기업들이 개발하는 고난도 영역인데 SW 불모지로 꼽히는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이 뛰어든 것이다. DB를 포함한 시스템SW 기업은 국내에서 한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김 대표는 지난 10년간 시계열 DB 개발에 130억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회사가 개발한 시계열 DB는 세계 최고 반열에 올랐다. 글로벌 인증기관 TPC의 IoT 데이터 처리성능 테스트에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을 제치고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TPC는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글로벌 기업 20여 곳이 시스템 SW와 장비 성능을 측정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 기구다.

작년 3월 진행된 테스트에서는 초당 340만건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기록하며, 1년 전 자사가 세운 종전 최고 기록인 248만건보다 40% 우수한 수치를 보여줬다. 이 테스트에서 2위 업체의 처리 성능은 마크베이스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마크베이스의 시계열 DB를 전통 RDB와 비교하면 성능이 수십배에서 1000배까지 우수하다. 회사는 해외특허 10개, 국내특허 12개 등 22개 특허를 보유했다.

삼성전자·포스코·현대중공업·LS일렉트릭·만도·종근당·한국전력·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대표 제조기업들에 솔루션을 공급했다. 기업들은 마땅한 도구가 없어서 그동안 폐기해온 데이터를 모으고 AI로 분석해 예지보전, 장애예측, 품질관리 등에 활용하고자 했다. 제철·반도체·가전 등 산업현장에서 데이터 혁신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솔루션 경쟁력과 회사의 성장은 다른 얘기였다. 스마트팩토리에 투자하면서 현장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시계열 DB 수요가 커지기 시작했지만 매출규모는 신통치 않았다. 특수 영역에서 쓰이는 DB 한가지로는 규모의 성장이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김 대표는 DB 장인기업에서 산업현장의 문제 해결사 기업으로의 변신을 결정했다.

그는 "창업 후 10년간 연평균 20~30% 성장해 왔는데 성장의 한계가 보였다. 2년 전부터 DB 회사에서 산업용 솔루션 기업으로 완전히 방향을 바꿨다"면서 "이후 앞만 보면서 달려왔다. 2년 전부터 엣지와 AIoT 솔루션 개발에 모든 기술력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마크베이스는 시계열 DB에 산업 현장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엣지 솔루션인 '엣지마스터', 다양한 센서데이터를 AI(인공지능)로 분석해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AI마스터'를 패키지로 묶어 산업용 AIoT(지능형 IoT) 솔루션을 완성했다. 이 솔루션은 산업 현장의 터빈·스핀들·컨베이어벨트·음향·음파·로봇 관절·베어링 등에서 나오는 센서 데이터를 통해 제조·건축·운송·물류 등 다양한 산업현장에 응용할 수 있다. 산업용 솔루션을 팔면 시계열 DB도 자연스럽게 함께 적용된다.

시장의 반응은 빨랐다. 시계열 DB란 재료만으로는 요리방법을 몰라 망설이던 기업들이 AI와 엣지 기술을 묶어서 현장문제를 풀어주는 해법을 주자 반갑게 도입했다. 마크베이스는 서울시가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해 구축한 'IoT 도시 데이터 플랫폼'에 IoT 솔루션과 시계열 DB를 적용했다. 부산 지하철 1호선 노후 전동차 교체용 200량을 수주한 우진산전과는 전동차용 스마트 예방검수시스템 구축 계약을 맺었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전동차에서 나오는 정보를 수집·분석해 주요 장치의 이상동작을 실시간 파악하고 잠재적인 결함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 경남스마트제조혁신센터로부터 스마트팩토리 공급기업으로 선정돼 경남 지역 LNG 보냉재 제조기업에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한다.

마크베이스의 변신은 아직 진행 중이다. 다음 변신의 키워드는 클라우드 기반 SaaS(서비스형 SW)다. 장기적으로 SaaS 중심으로 사업방식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SaaS는 기술 업그레이드와 솔루션 적용이 쉽고 안정적 매출구조를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사업 확대도 쉽다.

회사는 시계열 데이터를 창고처럼 저장하는 데이터레이크 SaaS를 개발하고 있다. 이곳에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원격에서 장비를 관리하는 SaaS도 개발해 3분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독일 자동화기기 기업이 제안해서 공동 개발 중이다.

이 솔루션이 나오면 제조공장, 데이터센터 등에 현장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엣지 기기를 설치한 후 수시로 나오는 데이터를 모으고 클라우드에 저장해 분석할 수 있다. 여기에 AI를 적용하면 비정상적인 상황을 감지할 수 있다. 고장, 제품 불량 등 자칫 큰 비용이나 품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시계열 DB는 보이지 않지만 전체를 지탱하고 작동시키는 주춧돌이다. 클라우드 기반 장비관리시스템은 국내에 선보인 후 독일 기업과 함께 해외 시장에도 공급할 예정이다. 거리가 멀거나 위험성이 큰 태양광발전, 연료전지, 풍력발전소 관리에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용 솔루션이 주목받으면서 마크베이스의 성장곡선이 가팔라졌다. 회사의 올해 예상 매출은 약 30억원으로, 작년보다 400% 가량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은 올해보다 100% 이상 성장한 80억원의 매출을 기대한다. 2025년 150억원 규모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본 투자자들이 우군으로 참여했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유치액은 150억원이다. 특히 2020년 7월 시리즈C 투자에서 한국투자파트너스·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KB인베스트먼트·UTC인베스트먼트·KT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억원을 투자 받았다. KT와는 투자뿐 아니라 사업적 시너지도 기대된다. 회사는 40명 규모로 커졌다. 특히 최근 SAP,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 LG 등 대기업 출신들이 대거 합류했다.

김 대표는 "다른 기업들이 갖지 못한 고도의 데이터 처리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스마트X 시장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사잔=이슬기기자 9904sul@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