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뛴 최저임금에 막막..직원 자르고 문 닫아야 될 판"

연승 기자 입력 2022. 6. 30. 18:19 수정 2022. 6. 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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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중고 내몰린 중기·소상공인]
인건비 '매출액의 30%' 넘는데
경기침체 겹쳐 충격 일파만파
"엔데믹에 알바 뽑으려 했지만
1인·무인점포 등 전환 고민중"
"일자리 감소 이어질 것" 경고 속
'인력난' 중기는 숙련공 단절 위기
[서울경제]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정해진 가운데 편의점주와 소상공인들은 이에 반발하며 최저임금 인상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30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권욱 기자

“대출금리도 계속 오르고, 건물주는 월세를 올려달라 하고, 식자재 가격도 급등하는데 이제 최저임금마저 또 인상되면 자영업자는 가게 문 닫으라는 거 아닌가요.”

서울 서초구에서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30일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9620원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에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여파에 경기가 급속히 둔화하면서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최저임금까지 올라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기가 좋으면 몰라도 경기가 침체돼 대부분의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외식도 줄이는 상황”이라며 “코로나가 끝나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이제는 더 막막해졌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B 씨는 “원두 가격도 비싸져서 힘든데 최저임금까지 오른다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그만두면서 다시 뽑을까 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1년 안에 사업을 정리하고 1인 숍이나 무인 영업이 가능한 사업 모델을 새롭게 구상해야겠다”는 하소연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던 소상공인연합회는 “코로나에 이어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고금리로 삼중고에 시달리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고임금까지 겹쳐 ‘사(死)중고’로 사업을 접어야 할 지경”이라며 최저임금 무력화 등 강경 대응에 나설 태세다. 실제로 소상공인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비해 인건비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파가 작지 않다. 소공연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경우 매출액의 30% 이상을 인건비로 지출하는 비중이 41.1%에 달한다. 중소기업은 17.79%, 대기업은 9.87% 수준이다.

시급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인 편의점도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은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한 푼도 벌 수 없는 편의점의 절박한 사정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라며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 점포당 월 30만~45만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며 “이제 더 이상 점주 본인의 근무시간을 늘릴 여력이 없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계속된 매출 하락으로 최저임금 지불 능력이 갈수록 떨어져 다수의 점주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제조 중기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감소할 뿐 아니라 숙련공의 명맥이 끊기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금형업·정비업 등 숙련된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업종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숙련공의 고령화 등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다. 박길수 한국고소작업대임대업협동조합 고문은 “기술직에는 학교나 학원에서 가르칠 수 없고 현장 실습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고 기술 습득에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며 “최저임금 부담으로 기존 기술자의 급여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사업주들이 부담을 덜기 위해 신규 기술자를 들이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 실제 편의점 업계에서는 아예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는 무인 점포나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에 따르면 낮에는 점원이 상주하고 심야 시간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매장 수는 2년 전에는 430여 곳에 불과했지만 이달 기준 전국 2600여 곳으로 크게 늘었다.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점포도 120여 곳에 이른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인상으로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그동안 최저임금제도 지불 능력을 고려한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정부는 업종별 구분 적용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내년 심의에서는 반드시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시행해야 한다”며 경제적 부작용을 완화할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김지희 기자 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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