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팔고 인력 줄여라"..한전·LH 등 14곳 재무위험기관 지정

세종=김우보 기자 입력 2022. 6. 30. 18:12 수정 2022. 6. 3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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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구조조정 시동
수익성 악화 9곳·재무구조 취약 5곳
7월까지 재정건전화 계획 제출해야
부채 372조..전체기관의 절반 넘어
혈세로 떠받치기 한계에 특별관리
[서울경제]

한국전력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 14곳이 재무 위험 기관으로 선정돼 정부의 집중 관리를 받게 됐다. 정부는 이들 기관에 비핵심 자산 매각,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 지출 효율화 등을 요구하고 반기별로 이행 실적을 점검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 당시 몸집을 키운 부실 공기업에 대한 고강도 개혁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기획재정부는 3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재무 위험 기관 14곳을 선정했다. 정부는 재무 안정성 등을 평가해 점수가 14점 미만(총 22점)이거나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기관을 재무 위험 기관으로 지정했다. 민간 신용평가사 기준으로 보면 ‘투자 부적격’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재무 위험 기관은 재무구조가 최근 급격히 나빠진 ‘사업수익성 악화(징후)기관’ 9곳과 재무 부실이 누적된 ‘재무구조 전반 취약 기관’ 5곳 등 투트랙으로 다시 나눴다.

사업 수익성 악화 기관으로는 한전이 첫손에 꼽혔다. 고유가 영향으로 연료 구매비가 늘어나면서 최근 재무 상황이 빠르게 나빠진 게 특징이다. 한전은 지난해 5조 8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7조 8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한전이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전 자회사 5곳에서 전력을 구매하는 등 사업 구조가 연결돼 있는 점을 고려해 한전의 자회사도 함께 관리 대상으로 분류됐다.

LH도 사업 수익성 악화 기관으로 지정됐다. LH의 부채가 지난해 기준 137조 8884억 원(부채비율 221.3%)에 달해 시중금리 인상으로 금융 비용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고 정부는 봤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를 포함한 자원 공기업은 재무구조 취약 기관으로 분류됐다. 이들 기관은 부채비율이 300%를 넘어섰거나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곳들이다. 과거 해외 자산을 인수하면서 차입을 과도하게 늘린 데다 이자 비용까지 겹치면서 손실이 누적됐다는 게 공통점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영향에 매출이 줄어든 한국철도공사도 취약 기관의 불명예를 안았다.

정부는 재무 위험 기관에 5개년 단위 재정 건전화 계획을 7월 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재정 건전화 계획에는 비핵심 자산 매각 계획과 신규 투자 규모 조정, 인력 재배치 방안 등을 담도록 했다. 기재부는 이를 취합해 공공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4개 재무 위험 기관의 부채와 자산 규모는 전체 350개 공공기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재무 위험 기관의 재무 악화는 향후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비율 증가와 부실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구조 개혁을 서두르는 것은 비대해진 공공기관을 혈세로 떠받치는 상황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가 현재 공공기관의 사업비와 운영비 명목으로 투입하는 돈은 한 해 100조~12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정부 예산의 20%에 달한다. 지난 정부에서 나랏빚이 급격히 늘어난 데다 최근 경기 침체까지 겹쳐 재정 여력이 더 떨어진 터라 공공기관 유지비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재정 당국의 한 인사는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을 그대로 둔 채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라며 “나라 살림살이가 빠듯해 이전처럼 쏟아 부을 돈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기관 노조를 중심으로 반발이 예상되는 점은 부담이다. 자칫 거센 저항에 정부의 개혁 동력이 좌초될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8월부터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시행되면서 노조의 입김이 더 세질 수 있다. 정권에서 내리 꽂는 ‘낙하산 인사’도 구조 개혁을 더디게 할 것이라는 우려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가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노조와 결탁한 결과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이 더 초래된 측면이 없지 않다”며 “현 정부가 진정성 있게 구조 개혁을 추진하려면 ‘보은 인사는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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