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철 칼럼] 경제위기 알리는 하우스푸어의 귀환

입력 2022. 6. 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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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前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최근 각국이 통화를 급격하게 환수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되고 있어 당분간 금리인상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2년여 간 코로나 극복을 위하여 크게 늘린 통화 공급량으로 인해 물가상승압력이 커졌고 저금리 덕분에 부채를 활용한 자산 매입이 폭증하면서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 거품이 커졌기 때문이다. 빚을 내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빚으로 집을 산다는 '영끌'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부채가 급증하면서 경제에 위험 신호등이 켜진 것도 한몫 한 것 같다.

우리나라 부동산의 경우에는 이러한 요인 외에 문재인 정권이 민간의 '영끌'과 같이 국가채무를 최대한 끌어들여 재정지출을 방만하게 확대하면서 재정의 안정을 저해했고 주택정책을 주택시장의 수요공급요인을 무시하고 규제 일변도로 강압적인 정책을 펴다가 실패한 요인도 더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주택가격이 2배 이상 급등하고 가계부채도 국내총생산규모와 맞먹는 수준으로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외부 충격에 취약한 나라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를 2022년 1분기말 기준 1859.4조원,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823.6조원으로 집계하고 있다. 특히 전세자금 대출 및 신용대출을 포함하는 주택관련대출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말 기준으로 67%로 상승했다. 가계대출 잔액 기준으로 대출금리 0.25% 상승 시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3.3조원이나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민간업체가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작년 4% 수준에서 7% 수준으로 상승할 경우를 시산해본 결과 주택담보대출 4억원 정도의 월 원리금 상환액은 291만원에 달하고 있어 통계청 조사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 가처분소득 418만9000원의 69%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는 '하우스푸어(house poor)'라는 단어가 10여년 만에 재등장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하자 빚을 내어 매입한 주택이 팔리지는 않으면서 대출 원리금은 급증해 생활고를 겪게 되는 '집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2000년대 초와 다른 것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30·40대가 295만5000명으로 전체 30·40대 인구의 19.9%나 되고 주택담보대출액의 53%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보듯 젊은 층들이 당시보다 월등히 낮은 금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과도한 차입도 불사하면서 비교적 낮은 가격대 지역의 주택을 '패닉바잉'식으로 집중 매입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주택가격이 2배 이상 폭등하는데도 집값을 잡겠다고 큰소리치며 20여 차례나 헛발질을 하는 정권의 무능을 지켜보면서 정권을 믿다가는 평생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평소 같으면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렸을 젊은 층들이 나선 것이다. 잠자고 있는 거대한 주택수요를 불러일으켜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 주택시장에서 가격을 더욱 폭등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한 것은 문 정권의 큰 실책이다. 그러나 이들이 집중적으로 매입한 지역의 집값이 우선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주택가격이 재반등하지 않으면 젊은 세대가 평생 빚의 멍에를 쓰고 미래의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요인이 되지 않을 까 걱정된다.

안타깝게도 집으로부터 촉발되는 이러한 가난은 금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2020년에 역대 최저수준인 0.5%에서 2022년 5월 1.75%로 크게 올랐지만 미국이 소비자 물가상승 압력 때문에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3~4% 수준으로 올릴 전망이어서 한은도 금리를 더욱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으로 경기가 위축되면 소득 창출의 기회가 더욱 어려워지는데다가 물가는 크게 오르고 세금 및 각종 부담금이 커지면서 가계가 과도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미국 연준의장 파웰도 경기침체를 인정하면서 당분간 집을 사지 않은 것이 좋겠다고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대출 규제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를 견제해 왔지만 주택가격하락의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는 관리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자영업 대출 부실 가능성 등 곳곳에 산재돼 언제 부채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충당금 설정 확대, 부실채권 정리대책을 사전에 충분히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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