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호른에서 바꿔 든 지휘봉.. 한반도를 두드리러 온다

디지털뉴스부 2022. 6. 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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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라파엘 파야레
14년만에 내한 '몬트리올 심포니'의 9대 음악감독
호르니스트로 활동하다 거장 지휘자에 감명받아
부지휘자로 진로 바꿔 콩쿠르 우승하면서 유명세
유럽·북미 등 여러 악단 이끌며 음악감독 역임도
"취임후 첫 해외투어에 기대.. 말러교향곡 5번 연주"
향후 출신지 베네수엘라 음악 발굴해 들려줄 계획
라파엘 파야레
라파엘 몬트리올 심포니
라파엘 파야레는 베네수엘라 음악 교육재단 '엘 시스테마'에서 호른으로 음악을 시작해 2004년 지휘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에게 지휘를 사사했다. 2012년 말코 지휘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낸 그는 얼스터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역임했으며 현재 샌디에고 심포니, 몬트리올 심포니의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몬트리올 심포니가 14년 만에 내한한다. 14년 동안 악단을 이끌었던 켄트 나가노(1951~)의 뒤를 이어 2020년 9대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베네수엘라 출신 지휘자 라파엘 파야레(1980~)가 이번 내한에 함께 한다. 한국과 몬트리올 심포니는 음악사적 줄기를 일부 공유하고 있다. 1989년 내한 당시 스트라빈스키(1882~1971)의 '불새' 모음곡을 한국 초연했으며, 작곡가 진은숙(1961~)에게 서울시향·뮌헨 바이에른 오페라 등과 함께 위촉해 2008년 '로카나'를 세계 초연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내한은 라파엘의 음악감독 취임 이후 갖는 첫 해외 투어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꿈의 전환, 호르니스트에서 지휘자로

라파엘은 2018년 처음 악단과 연을 맺었다. 몬트리올 심포니는 그와의 첫 만남을 "그는 단원과의 음악적 연결이 매우 자연스러웠다"라고 평가하며 2019년 객원 지휘자로 다시 포디엄에 세웠고, 이듬해인 2020년, 악단을 이끌 음악감독으로 최종 지목했다. 현지 르드부아(Le Devoir)지는 유진 오르만디(1899~1985)를 거론하며 그의 연주에 대해 "혁명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라파엘은 베네수엘라 음악 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에서 처음 호른을 잡고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의 호른 수석으로 활동하며 음악의 꿈을 키웠다. 그러던 중 이탈리아의 거장 지휘자 주세페 시노폴리(1946~2001)와 떠난 투어에서 그의 지휘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가슴을 울리는 경험이었어요. 시노폴리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방식, 불과 몇 분 만에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바꿔 놓은 그 에너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죠. 나이가 들어 백발이 되어서도 오케스트라 무대에서 지휘봉을 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노폴리와의 만남 이후, 클라우디오 아바도·다니엘 바렌보임·구스타보 두다멜의 부지휘자로 일하며 인생의 또 다른 변곡점을 맞았다. "아바도(1933~2014)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두다멜(1981~)로부터도 좋은 영향을 받았어요. 서동시집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지휘하는 바렌보임(1942~)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꿈같은 경험도 했습니다. 그들의 부지휘자로서 지휘하며 여러 오케스트라의 수석객원지휘자로 활동할 기회를 얻기도 했는데요, 지금도 당시 리허설과 공연 중에 있었던 많은 일들을 되새기고, 그때의 경험에서 지식을 얻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2년 말코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낸 그는 북아일랜드의 얼스터 오케스트라 음악감독(2014~2019)을 역임했으며 현재 현대음악에 정통한 폴란드의 신포니에타 크라코비아의 수석객원지휘자(2017~)와 샌디에이고 심포니 음악감독(2020~)으로도 활동하며 유럽과 북미 등 다양한 문화권에 있는 악단들을 이끌었다.

2020년 팬데믹 가운데 몬트리올 심포니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오케스트라와 사랑에 빠졌어요! 위험을 감수하고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악단의 순항을 알렸다. 그리고 올해, 악단과의 첫 해외 투어를 앞둔 그와 대화를 주고받았다. 드디어 하늘길이 열렸다는 약간의 흥분과 오랜만에 한국을 찾는 반가움으로 그는 들떠있다.

◇음악으로 맺은 한국과의 인연

-몬트리올 심포니는 14년 만의 내한입니다.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후 처음 갖는 투어이기에 악단과 당신에게 이번 연주는 더욱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이번 공연을 정말로 기대하고 있어요. 이틀 동안,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함께 프로코피예프 협주곡을 선보이고, 라벨·버르토크·드뷔시·말러 등 방대한 레퍼토리로 구성된 이번 투어를 통해 몬트리올 심포니의 역량을 여실히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2015년 서울시향과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을 선보이며 국내 관객을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한국 관객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시 바이올리니스트 세르게이 하차투리안과의 첫 협연 무대였는데, 그때의 좋은 기억 덕분에 여전히 그와 좋은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사실 그때가 두 번째 한국 방문이었는데요. 2008년 두다멜/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의 호른 단원으로 한국을 방문했었습니다. 불고기, 비빔밥 같은 한국 음식도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이번에는 좀 더 많은 음식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선우예권과 함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합니다. 한국 음악가들과의 연주는 이번이 처음인가요?

"2019년에 소프라노 박혜상과 함께 공연했습니다.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로지나 역을 맡아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함께 할 기회를 기다리던 차에 샌디에이고에서 말러 교향곡 연주에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함께 할 이번 투어도 정말 기대가 됩니다. 캐나다에서 리허설을 갖고 이미 환상적인 호흡을 확인했기에 실제 무대가 무척 기대됩니다."

-"모든 오케스트라는 고유한 레퍼토리, 전통, 사운드 및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맺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다"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몬트리올 심포니의 전통적인 사운드와 고유의 레퍼토리는 무엇인가요?

"몬트리올 심포니는 매우 세련되고 독특한 사운드를 자랑합니다. 전임 음악감독이신 샤를 뒤투아(1936~)는 프랑스·러시아 레퍼토리를, 켄트 나가노는 독일·오스트리아 레퍼토리를 음반으로 남기며 악단의 실력을 증명해냈죠. 이외 주빈 메타(1936~)를 포함한 여러 거장과 역사를 함께 하며 폭넓은 레퍼토리를 섭렵했습니다. 한국 관객도 이번 내한을 통해 몬트리올 심포니의 사운드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공연을 듣고, 여러분이 어떻게 느끼게 되실지 궁금하네요."

◇말러 이야기에 웃음꽃이 피고

-14년 동안 악단을 이끌었던 켄트 나가노의 뒤를 잇고 있습니다. 수장으로서 롱런을 위한 이상적인 리더십은 무엇인가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단원에게 믿음과 확신을 주는 지휘자가 좋은 연주를 이끌어요. 음악가들은 늘 '최고의 연주를 선보인다' 등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무대에 서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이러한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하고, 또한 그들을 온전히 믿어야 합니다."

-음악감독 취임 후 처음 선보인 공연에서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하며 "시즌 첫 시작을 위한 당연한 선택"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몬트리올 심포니와 함께 말러 교향곡 사이클까지 예고했는데요, 말러는 당신에게 어떤 작곡가인가요?

"제 마음속 최고의 작곡가입니다. 말러는 그의 교향곡을 우주에 비유하곤 했는데요, 하나의 행성이 아닌 완전한 우주처럼 작품 안에 모든 것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작곡가입니다. 다양한 음악적 색채를 배치하고 오케스트라의 기교를 새로운 영역으로 끌어올렸어요. 특히 교향곡 2번 '부활'에서 모든 것을 구성하고 다양한 많은 요소를 그려낸 그만의 방식은 경이롭습니다."

-내한공연에서도 말러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하는데요. 한 작곡가에 대한 대단한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이번 투어에서 말러 교향곡 5번을 선보이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아끼는 교향곡이에요. 말러는 자신의 세계로 관객을 이끌어 절망감·자연·희망·행복·슬픔 등 모든 것을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작곡가입니다. 한 번의 연주를 통해 이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엔데믹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악단과 새로운 것들을 계획하기에 좋은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말러 사이클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요리를 좋아해 음악을 요리의 과정으로 비유하고 하는데요. 오케스트라의 프로그램을 마치 요리하듯 기획하고 있어요. 오늘은 일본식 오마카세를, 내일은 스페인식 타파를 먹을 수 있게, 또 어느 날은 햄버거와 샐러드를 먹고, 완벽한 프랑스식 디저트를 먹을 수 있게 준비 중입니다.(웃음) 또한 저의 음악적 뿌리가 속한 베네수엘라의 음악을 발굴해 소개할 예정이에요. 베네수엘라 출신 작곡가 안토니오 에스 테베스(1916~1988)의 '칸타타 크리올'을 연주할 예정입니다. 또한 2021년부터 3년간 몬트리올 심포니와 함께하고 있는 상주작곡가 안나 소콜로비치(1968~)의 신작 '멜리타'를 초연할 예정입니다."

글=월간객석 임원빈기자·사진=인아츠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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