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꺼움 유발하는 뇌세포가 있다?
메스꺼움은 누구나 한번 경험하지만 배고픔이나 갈증과 달리 그 메커니즘이 정확히 규명되지 못했다. 1950년대 뇌간의 '맨 아래 구역'을 뜻하는 에어리어 포스트레마(area postrema)가 이와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 부위에 전기적 자극을 받은 동물은 구토하게 된다.
미국 하버드대 세포생물학과의 스티븐 리벌레스 교수 연구진은 에어리어 포스트레마에 있는 다양한 신경세포(뉴런)에 대한 연구를 통해 메스꺼움의 메커니즘을 추적해왔다. 이 연구진이 생쥐 실험을 통해 내장과 소통하는 특수 뇌세포의 정체를 밝혀냈다. 이를 통해 메스꺼움을 진정하는 치료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셀 리포츠》에 발표된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논문의 제1저자인 추추 장 하버드대 박사후 연구원을 비롯한 연구진은 지난해 생쥐의 에어리어 포스트레마에서 메스꺼움 행동을 유발하는 두 종류의 특별한 흥분성 뉴런을 확인했다. 쥐와 같은 설치류는 토하지는 않지만 구역질이 날 때는 몸을 웅크리게 된다. 연구진은 에어리어 포스트레마의 흥분성 뉴런을 자극했을 때 쥐가 이같은 행동을 한다는 걸 보여줬다.
연구진은 또 이 영역 세포에 대한 유전적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메스꺼움을 억제해주는 뉴런도 추론해냈다. 이 뉴런이 흥분성 뉴런의 활동을 억제하고 메스꺼움을 멈추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진은 추론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인간과 다른 동물이 설탕과 지방을 섭취한 후 생성하는 장 유래 호르몬인 '포도당 인슐린 분비 촉진 펩티드(GIP)'를 쥐에게 주입했다. 족제비에 대한 이전 연구에서 GIP가 구토를 억제한다는 것을 보여줬기에 GIP가 영양소 상실을 막기 위해 메스꺼움을 억제할지 모른다고 가정했다. 또 GIP가 메스꺼움을 억제하는 뉴런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가정했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메스꺼움을 유발하는 물질이 섞인 물을 쥐에게 먹였다. 한번 이를 맛본 쥐들은 이후 이 물을 마시려 하지 않았다. 그 물에 GIP가 함유돼 있다면 쥐들은 거부감 없이 그 물을 마실 것이다. 연구진은 에어리어 포스트레마에 억제성 뉴런이 결핍된 쥐를 번식시킨 뒤 메스꺼움 유발물질이 함유된 물과 여기에 다시 GIP가 첨가된 물을 마시게 했다. 쥐들은 GIP 첨가 여부와 상관없이 그 물을 마시려 하지 않았다.
이는 GIP가 새롭게 확인된 에어리어 포스트레마의 억제성 뉴런을 활성화하는 한편 흥분성 뉴런을 차단함으로써 메스꺼움을 억제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결론지었다. 이번 연구는 내장에서 분비되는 GIP가 메스꺼움을 억제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장 연구원은 신체에 억제성 뉴런을 활성화하여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추가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추론했다.
연구진은 에어리어 포스트레마에 위치한 흥분성 뉴런과 억제성 뉴런이 부교감신경의 하나인 미주신경을 통해 내장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 뉴런들이 어떻게 내장과 의사소통을 하고 지시를 전달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장 연구원은 지적했다.
내장과 뇌 사이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생명공학업체 칼로페(Kallope)의 최고경영자(CEO)인 낸시 손베리는 "만약 흥분성 뉴런과 억제성 뉴런에 대한 연구진의 설명이 맞는다면 GIP를 본떠 만든 약물이 메스꺼움 억제제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메스꺼움 약물은 주로 뇌 세포에 있는 두 가지 일반적인 유형의 화학 수용체를 방해해 작용하는데 과학자들은 그들이 작동하는 원리를 알지 못한다. 게다가 이러한 기존 약물은 항암 화학치료로 인해 발생하거나 임신 후 입덧을 일으키는 메스꺼움에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 연구의 교신 저자인 리베레스 교수는 새로운 약이 메스꺼움으로 항암화학치료를 받지 못하는 암 환자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cell.com/cell-reports/fulltext/S2211-1247(22)00735-5?_returnURL=https://linkinghub.elsevier.com/retrieve/pii/S2211124722007355?show%20all=true)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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