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찾아 삼만리"..美 채권 모으는 개미, 매수 4배 급증

김인오,이종화 2022. 6.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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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채권 순매수 규모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제 침체 우려 탓에 뉴욕 증시 주요 기업 주가가 흔들리자 서학개미들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을 옮긴 결과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국내 대형 증권사도 미국 우량기업 회사채 거래 서비스를 하나둘 열기 시작했다.

30일 매일경제가 한국예탁결제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29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을 순매수한 금액은 13억4900만달러(약 1조7511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2.54% 급증했다. 반면 올 들어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총 118억7900만달러(약 15조4201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11% 줄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계기로 경기 침체 불안감이 커지면서 기술주 등 위험자산에 투자됐던 자금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우량기업 회사채로 이동한 결과로 해석된다.

유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자산배분 본부장은 "시중 장기 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지난 5월 이후 3%대를 넘겼고 이에 따라 우량기업 회사채 수익률이 4% 이상 덩달아 뛴 것이 투자자 눈길을 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인오 기자]

"이 시국에 4%대 수익률이 어디"…개미들 美채권 향해 우르르 [월가월부]

상반기 채권 1조7500억원 매수
순매수 감소한 美주식과 대조

이자·매매 수익에 환차익 장점
직접·신탁·ETF 등 투자 다양

"기업상황·시장흐름 따져봐야"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세가 시들해진 반면 채권 순매수세가 급증하는 등 자산 선호도가 극명히 엇갈렸다. 뉴욕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안전 자산' 격인 미국 국채와 함께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정부와 비슷한 수준으로 신용도가 높은 대형 우량주 회사채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겨가는 모양새다. 다만 미국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자금줄을 옥죄고 있는 만큼 수익률이 높더라도 신용이 낮은 기업 채권을 매수하는 것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기준 한국예탁결제원 집계를 통해 2020년 이후 3개년 동안 반기별 비교를 해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올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작년 상반기의 경우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이 115.79% 급증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오히려 7.11% 줄어들었다. 반면 미국 채권 순매수 금액은 2020년 상반기 3억7900만달러 순매도세를 기록한 후, 작년 상반기 3억2700만달러 순매수세로 돌아섰고 올해 상반기에는 작년 대비 약 4배 불어났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채권 인기가 확실히 체감되는데 이는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면서 "금리 상승기가 되면서 채권 가격이 떨어진 것이 채권을 저가 매수해 자산 다변화를 할 기회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권 투자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국내 채권과 마찬가지로 쿠폰 금리에 따른 채권 이자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쿠폰 금리란 채권 발행 시 만기와 더불어 미리 정해둔 명목 이자율을 말한다. 둘째로 채권 가격이 매입 가격보다 높이 오르는 경우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달러 가치가 더 오르는 경우 국내 채권과 달리 환차익을 노려볼 수 있다.

국채가 아니더라도 신용등급 수준이 미국 정부와 동급인 우량 기업 회사채는 4%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투자자 눈길을 끈다. 29일 애플 채권은 수익률 4.40%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해당 채권은 만기가 2044년 5월 6일로 쿠폰 금리가 연 4.45%다. 29일 기준 애플 주가는 연중 -23.50%였는데 주식이 아닌 채권에 투자한다면 오히려 4%를 넘나드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개인이 국내 증권사 등을 통해 달러화로 채권을 사고파는 '직접 투자'와 전문가에게 위임하는 '신탁 투자', 개인이 채권 기초 상장지수펀드(ETF) 등 펀드 상품을 매매하는 '간접 투자' 방식이다.

신 센터장은 "채권 직접 투자와 ETF 간 가장 큰 차이는 주문 금액"이라며 "직접 투자할 경우 주문 단위가 크고 ETF는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단 ETF는 운용 수수료가 있기 때문에 자금이 큰 경우에는 직접 채권을 매수하는 것이 유리하고 작은 경우에는 ETF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채권 수익률이 오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기업 펀더멘털과 시장 분위기를 반드시 따진 후 투자하라는 경고음이 나온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은 6월 말부터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회사채 시장 위기 지수(CMDI)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29일 니나 보야첸코 뉴욕 연은 거시금융 연구책임자는 "6월 24일 기준 미국 회사채 종합 CMDI는 0.20이며 투자 등급과 투자 부적격 등급 회사채 CMDI는 순서대로 0.36, 0.22로 집계됐다"면서 "CMDI 수치가 역사적으로는 중앙값 범위 내에 있지만 2008~2009년 금융위기 시기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다음으로 최근 급등하고 있으며 특히 투자 등급 회사채 위기 지수가 더 높다"고 지적했다.

채권 시장 변동성에도 주의해야 한다. '월가의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는 채권 시장이 왜곡된 최악의 해"라면서 "주식 대 채권을 60대40 비율로 두지 말고 주식과 원자재, 현금, 장기 국채를 똑같이 25%씩 비율로 보유하라"고 조언했다.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경우 환율과 거래 비용에도 주의해야 한다. 달러화 강세가 더 이어진다면 환차익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가면 환차손을 볼 수 있다. 거래 비용의 경우 크게 수수료와 세금을 따져봐야 한다. 수수료에는 크게 중개 수수료와 환전 수수료가 있고, 직접·간접·신탁 투자 방식에 따라 수수료가 조금씩 다르다. 해외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 현지에서 이자 소득세가 과세되고, 현지에서 과세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분리과세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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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오 기자 /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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