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다는 건 생명을 지키는 거룩한 여정 ['장수 박사' 박상철의 홀리 에이징]

조용철 입력 2022. 6. 30. 17:59 수정 2022. 6. 3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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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룩한 노화
당당한 노화 개념 새롭게 제안하고
웰에이징 통해 삶의 질적향상 강조
'노화=죽음으로 가는 단계' 의미 벗어
생존 추구하는 생명의 노력으로 봐야
박상철 전남대 의대 연구석좌교수·국

인간의 노화를 설명하는 수많은 이론 중에서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거론되어온 개념은 무엇보다도 건강노화(Healthy Aging)다. 세계보건기구(WHO)를 중심으로 건강하게 늙기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다음은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적극적으로 활동을 촉구하는 활동적 노화(Active Aging)와 나이에 상관없이 생산적인 활동을 강조하는 생산적 노화(Productive Aging)가 있다. 또한 신체적으로 사회적으로 건강을 지키고 경제적 대비를 하자는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이들 개념은 대부분 젊은 시절부터 노력하여 건강과 경제적 부, 사회적 위상을 노년에 이루기를 전제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외형적인 결과와 성과 중심의 누적적인 양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개념을 부각하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위축되기 마련이고 여유가 없는 노인들에게는 오히려 좌절감을 주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노인들이 현재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거나 자포자기하지 않고 존엄적인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대안이 필요하다. 노인의 적극적인 삶과 노력을 강조하는 긍정적 노화(Positive Aging)라는 개념이 등장했으나 의미가 뚜렷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무리 여건이 부족하고 힘들더러도 노인들이 자긍심과 당당함을 잃지 말자는 의미에서 당당한 노화(Confident Aging)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안했다. 그리고 실제 삶에 있어서의 질적 향상과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의미를 강조한 웰에이징(Well Aging)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에 급증하는 노인들에게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는 보다 심도 깊은 개념정립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당신의 100세 존엄과 독립을 생각하다'(부제 Holy Aging, 2019, 코리아닷컴)라는 저서에서 본인이 ‘늙는다는 것은 거룩한 일’이라고 제창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일부는 긍정적으로 수용하지만 상당수는 어떻게 늙음을 거룩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인류의 위상을 확고부동한 진화의 정점에 오르게 한 것은 무엇보다도 죽음에 대한 경배이다. 주검을 매장하고 경배하는 종(種)은 인간밖에 없다. 함께 살아온 가족이나 친지가 죽었을 때, 방치하지 않고 매장하는 죽음의 의례를 통해 생명의 연속성과 존엄함을 지켜왔다. 인류는 죽음을 이 세상과 다른 특별한 범접할 수 없는 곳으로 떠나는 과정으로 인식하여 주검을 거룩하게 여겼다. 그러나 죽음의 전 단계라고 생각해온 노화에 대해서는 ‘늙으면 죽는다’는 귀결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면서 노화현상을 능동적이거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러한 인식이 남아있는 한 늙음과 고령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정말 노화는 어쩔 수 없고 돌이킬 수 없고 죽어가는 과정일까? 생명을 온전하게 지키며 오래 살려고 최선을 다하는 과정을 거룩한 일이라고 부르면 안 될까? 이러한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볼 때가 되었다.

21세기 들어서서 노화세포의 특성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예상 밖으로 늙은 세포가 젊은 세포보다 외부 스트레스에 의한 세포사멸 유도에 대해서 더 강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음이 발견됐다. 개체 수준에서도 마찬가지로 독성 자극에 대하여서 늙은 개체가 더 강한 사멸저항성이 작동하고 있음이 차례로 밝혀졌다. 이러한 결과는 노화란 생명체가 단순하게 죽음에 이르는 일방적인 단계가 아니고 오히려 죽음을 거부하고 저항하는 과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노화를 피동적이고 퇴행적인 현상으로 바라 보았던 시각을 벗어나 이제는 능동적이고 생체 보존적인 측면에서 새롭게 이해해야 할 필요가 대두했다. 비록 노화는 증식을 포기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만, 그 대가를 치르더라도 생존을 보장받는 생명 유지 현상임이 밝혀지면서 늙음의 의미가 특별해졌다. 노화가 죽음으로 가는 단계가 아니라 생존을 추구하려는 생명의 거룩한 노력의 과정임이 분명해졌다. 실제로 백 살이 넘어서도 당당하게 활발히 활동하는 분들을 만나게 되면 저절로 고개를 숙이며 존경과 위대함을 느끼게 된다. 이분들이 보여주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와 생명을 마지막 순간까지 소중하게 지키려는 의지는 미래 장수사회에 새로운 나침반이 되고 있다. 단순히 나이 들어 늙는다는 이유가 사람을 초췌해지고 뒤로 물러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앞으로 나서서 적극적인 삶을 추구하는 개척자의 세상으로 진입하라는 지상명령을 받아들이라고 가리키고 있다.

노화가 단순히 죽음으로 이행하는 과정이 아니라 생존을 유지하려는 절실한 생명의 노력임을 알게 되면서 나이듦과 늙음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거룩하다’라는 용어의 사전적 의미는 ‘위대하다, 범접할 수 없다, 귀중하다’ 등이다. 백세인들이 오랜 풍상을 이겨내고 지금도 성실하게 살고 있는 모습은 그대로 생명의 위대함, 범접할 수 없음, 귀중함을 노정해주고 있다. 성경에도 하나님이 모세에게 사람이 거룩하고 노인은 공경받아야 함을 강조하면서 하느님과 같게 하라는 계명을 주고 있다. 불경에도 사람마다 나이에 상관없이 유아독존(唯我獨尊)의 지고한 존재임을 가르치고 있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늙음이 폄하되고 있는 세상을 보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노화와 노인에 대한 인식 개혁이 시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누구나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늙음과 노인에 대한 인식을 혁신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나이 들어감이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거룩한 노화(Holy Aging)’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안한다. 그렇다. 생명이란 거룩한 것이고 따라서 늙음도 거룩한 노정이 아닐 수 없다.

박상철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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