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의 아들, 필리핀 대통령 취임..독재자 가문 36년만에 '재등장'

박양수 2022. 6. 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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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20여년간 장기집권하며 독재자로 악명을 떨쳤던 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이 30일 대통령에 취임했다.

마르코스 치하의 암울했던 과거와 권력형 비리를 기억하는 시민단체들은 그의 아들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독재자의 아들은 출마 자격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르코스 치하에서 남편을 잃은 고(故)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은 지난 1986년 취임 직후 마르코스 일가의 재산 환수를 위한 대통령 직속 바른정부위원회(PCGG)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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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친 이름 물려받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30일 취임식서 선친 칭송
"전임자들보다 더 많은 도로 건설, 식량 생산 증대 이뤄"
92세의 모친 이멜다 모습도 보여
선친 독재 행적 및 부정축재 처리 외 고물가 등 현안 산적
취임식서 악수 나누는 두테르테·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EPA=연합뉴스>

필리핀에서 20여년간 장기집권하며 독재자로 악명을 떨쳤던 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이 30일 대통령에 취임했다.

필리핀의 독재자 가문이 36년만에 다시 권력을 잡은 것이다.

선친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정오 수도 마닐라의 국립박물관 앞에서 취임식을 열었다.

마르코스는 지난달 9일 실시된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경쟁자인 레니 로브레도(57) 부통령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취임식에서 선친에 대해 "독립 후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나라에서 많은 도로를 건설하고, 식량생산 증대를 이루는 등 큰 성과를 낸 인물"이라며 "아들인 나도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장 주변에 1만5000여명의 군인과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는 가운데 국내외 유명 인사 수백명이 참석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남편 '세컨드 젠틀맨' 더그 엠호프이 참석했고,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이 축사 사절로 나타났다.

남편 재임 기간에 보석류와 명품 구두 등을 마구 사들여 '사치의 여왕'으로 불렸던 모친 이멜다(92)도 모습을 보였다.

이날 퇴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77) 전 대통령은 대통령궁에서 마르코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의 선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장기집권하면서 전세계에 독재자로 악명을 떨쳤다.

특히 정권을 잡은 뒤 7년이 지난 1972년부터 1981년까지 계엄령을 선포해 수천명의 반대파를 체포·고문하고 살해했다.

시민들이 1986년 시민혁명인 '피플 파워'를 일으켜 항거하자, 마르코스는 하야한 뒤 3년 후 망명지인 하와이에서 사망했다.

마르코스 치하의 암울했던 과거와 권력형 비리를 기억하는 시민단체들은 그의 아들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독재자의 아들은 출마 자격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로 취임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선친이 집권 당시 빼돌린 천문학적 액수의 정부 재산을 환수하는 작업을 제대로 이행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마르코스 치하에서 남편을 잃은 고(故)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은 지난 1986년 취임 직후 마르코스 일가의 재산 환수를 위한 대통령 직속 바른정부위원회(PCGG)를 설치했다.

PCGG는 지금까지 마르코스 일가를 상대로 1710억 페소(4조원)를 환수했고, 현재 추가로 1250억 페소(3조원)를 되돌려받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필리핀의 외교 정책에 변화가 생길지도 주목된다. 전임 두테르테는 동맹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친중 행보'를 보여왔다.

마르코스는 두테르테의 친중 정책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미국과의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실리 외교 노선을 걸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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