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상병수당..대기기간 길고 소득보장 적어 이대로라면 아파도 못 쉰다"
다음달부터 시범 실시되는 상병수당 제도를 두고 시민단체들이 “반쪽짜리”라고 비판했다. 아파서 쉬는 날부터 상병수당이 지급되기까지 대기기간이 길고 보장 수준이 낮아 실질적으로 아파도 쉴 권리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와 무상의료운동본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도입하려는 상병수당 제도는 대기기간이 최대 14일로 지나치게 길고, 보장 수준은 최저임금의 60% 수준으로 적어 반쪽짜리”라며 “아프면 쉴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기기간은 휴무 시작일부터 상병수당 지급 개시일까지의 기간으로, 대기기간이 7일이라면 8일째부터 상병수당을 받게 된다.
정부는 다음달 4일부터 서울 종로, 경기 부천, 충남 천안, 전남 순천, 경북 포항, 경남 창원 등 6개 시·군·구에서 질병과 부상으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는 노동자에게 하루 4만3960원씩 상병수당을 지급하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진행한다. 시범 사업은 3가지 모델로 진행되고, 모델에 따라 대기기간은 3~14일이며 보장 기간은 90~120일이다. 보장 수준은 3개 모델 모두 최저임금의 60% 수준이다.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급 병가를 사용할 수 없는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 등은 대기기간이 길어질수록 소득에 공백이 생겨 결국 상병수당 제도 이용이 어렵다”며 “하루 보장 수준 역시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하는 직전 소득의 60%에는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상병수당을 최대한 빨리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상병수당의 보장 수준을 현실에 맞게 높이고, 시범사업 기간을 단축해 제도를 즉시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시범 사업을 1년간 진행할 계획이며 전국적인 상병수당 도입 목표 시점은 2025년으로 잡고 있다.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 간사는 “현재의 시범사업 수준으로는 소득이 충분히 보전되지 않을 뿐더러 최대 14일의 대기기간은 유급병가를 사용할 수 없는 취약노동자들에게는 제도를 쓰지 말라는 이야기와 다름없다”고 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법정 유급병가가 있는 나라들은 대기기간이 길더라도 사업주가 100% 소득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유급병가(법적 의무)가 없는 한국에서 대기기간은 아파도 쉴 수 없는 방치된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이혜인 의료연대본부 조직부장은 “병원노동자, 돌봄노동자 등 필수노동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한 노동자들이 많다”며 “정부는 노동자가 치료받는 기간에 생활임금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상병수당 제도를 다시 설계하고, 시범사업 기간을 대폭 축소해 하루빨리 공식 도입하라”고 말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7일 업무 외 요인으로 다치거나 병에 걸린 노동자들의 휴가·휴직을 법제화하고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종사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비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공적 상병수당 제도를 도입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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