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왕적 착각에 빠진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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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원이 업계를 대표하는 6개 자산운용사를 불러 비공개 간담회를 소집했다.
그러나 각사 대표들이 간담회 현장에 가서 마주한 것은 완장을 찬 고압적인 금감원 국장이었다.
간담회에서 금감원 측이 했던 말들의 요지는 앞으로 과태료를 세 번 이상 받으면 금융사 자격이 없는 것으로 간주, 퇴출해버릴 가능성이 높으니 조심하라는 것이다.
금감원 간담회에 참석할 회사들을 초대하는 역할을 맡았던 금융투자협회도 상당히 난처한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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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청취라더니 경고와 엄포만
"완장 보다 서비스 관점에서 감독해야"
간담회에서 금감원 측이 했던 말들의 요지는 앞으로 과태료를 세 번 이상 받으면 금융사 자격이 없는 것으로 간주, 퇴출해버릴 가능성이 높으니 조심하라는 것이다. 운용사가 많이 늘어 사고도 늘었다며 수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금감원이 왜 힘들게 감독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드러냈다.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와중에 자리한 이들을 가장 놀라게 한 발언은 금감원이 사모운용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5개 사 이상 회사, 200개 이상의 펀드에서 불법·부정 사항을 찾아냈다는 것이었다. 사실이라면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이어 또 한 번 업계를 뒤흔들만한 일이라 참석자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확인 결과 대규모 펀드 부정이 적발됐다는 경고는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해당 국 및 유관 부서에서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간담회에서 쏟아진 말들에 대해서는 “과태료 받을까 염려돼 걱정해준 것이고, 운용사가 많아 경쟁이 얼마나 힘드시겠냐는 취지였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렇다면 현장에서의 발언은 사실상 대부분 겁을 주기 위한 것이었던 셈이다.
이 간담회에서 유효한 사실은 하나인 듯 하다. 금감원이 권위적이고 강도 높은 감독 태도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눈 밖에 난 금융사는 문제가 있는 회사로 찍혀 과태료를 세 번 받고 고강도 검사를 거쳐 당장 등록말소 처지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제도는 없지만 금감원이 작심하고 ‘타깃 검사’를 들어가면 어찌 막을까. 상당한 위력을 가진 감독자가 작정하고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되는 게 현실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이번 간담회의 목적이 소위 ‘군기잡기’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소집에 불려갔던 운용사들이 크게 나무랄 데 없는, 오히려 투자 전문성과 운용 역량으로 이름을 날리는 곳들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간담회의 의도와 목적에 대해 말이 무성하다. 금감원 간담회에 참석할 회사들을 초대하는 역할을 맡았던 금융투자협회도 상당히 난처한 처지가 됐다.
과장과 위압으로 점철된 발언들로 업계 공포감을 한껏 끌어올린 금감원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간담회 이후 업계에는 불안과 불신, 회의감만 양산됐다. 금감원이 제왕적 착각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금감원 사상 최초로 검사 출신이 금감원장으로 오면서 우려했던 게 현실이 되고 있다는 한탄도 나온다.
금감원의 역할은 금융사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감독 서비스 제공과 방향성 제시다. 사후 제재보다는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게 더 금융산업과 금융소비자를 위하는 길이다. 금감원은 설립 목적과 존재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이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인 시기라면 더더욱.
지영의 (yu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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