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味술관] 리셀가 200만원, 국산 고급 위스키에 청춘 바쳤다.. 김창수위스키

최지희 기자 2022. 6. 30. 17: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⑦ 경기 김포 '김창수위스키' 양조장
2번째 위스키, 올여름 지나 출시 예정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위스키가 목표"
김창수 대표가 꼽은 최고의 안주는 '물'

조선비즈 유튜브 채널 ‘味술관(미술관- 맛있는 술이 모여있는 곳)’은 전국 전통주·맥주·위스키 등 주류 양조장에 찾아가 주조 과정을 살펴보고 각 술과 함께 곁들여 즐길 수 있는 양조장발(發) 추천 음식을 소개한다.

미술관 찾아가기- https://youtu.be/0QmPOklRK8A

일곱번째 미술관 탐방은 국내 단 두 곳의 싱글몰트 위스키 양조장 중 유일하게 한국인이 모든 양조 과정을 책임지고 있는 ‘김창수위스키’다. 지난해 2월 경기 김포에 둥지를 트고 본격적으로 증류를 시작한 젊은 양조장이다. 이곳에서 지난 4월 내놓은 1년 2개월 숙성 싱글몰트 위스키는 국내 위스키 열풍에 힘입어 ‘대박’을 쳤다. 출고가는 750mL 한 병에 23만원 가량인데, 336병 한정으로 출시해 현재 ‘리셀(Re-Sell·되팔기)’ 가격이 200만원에 육박한다.

경기 김포에 있는 '김창수위스키' 양조장 오크통에서 갓 따라내는 위스키. /유튜브 味술관 캡쳐

◇ 이 양조장은?

한국에 제대로 된 싱글몰트 위스키를 만들어 내겠다고 결심한 김창수(37) 대표는 15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했다. 스코틀랜드 위스키 양조장 102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것을 시작으로 일본 치치부 위스키 증류소에서 노하우를 배워왔다. 현재 이곳 양조장에서는 김 대표와 그의 20년지기 친구 옥정환씨 단둘이 모든 업무를 맡고 있다.

경기 김포에 있는 '김창수위스키' 양조장에서 김창수(왼쪽) 대표와 그의 20년지기 친구 옥정환씨가 위스키를 맛보고 있다. /유튜브 味술관 캡쳐

김 대표는 “술 공부를 다양하게 했는데 위스키를 제일 맛있다고 느껴 푹 빠지게 됐다”면서 “맛있는 고급 위스키를 당시 한국에서 아무도 만들지 않는다는 게 자존심 상해 내가 제대로 만들어보자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죽기 전까지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양조에 뛰어들었다. 위스키 양조 시설의 핵심인 증류기도 김 대표 손으로 직접 조립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험난했다. “아무도 이런 시도를 안 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어요. 위스키는 워낙 비싼 술이라 규모의 경제로 비용을 맞춰야 하는데 이런 작은 소규모 양조장에서는 돈을 벌 수가 없습니다.”

시작한 지 1년 5개월째, 이곳 양조장은 여전히 수익을 내기보다는 품질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위스키는 소량 생산을 할수록 맛이 좋다”면서 “증류기를 크게 만들면 대량 생산을 할 수 있지만, 맛이 없어져 스코틀랜드 유명 위스키인 맥캘란 양조장에서도 설비를 2~3배 늘리면서도 증류기 크기는 늘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대개 아이리시 위스키 증류기는 10만리터(L) 정도로, 맥캘란의 20배, 우리 것의 몇백 배 수준인데 맛이 훨씬 가볍다”고 덧붙였다.

경기 김포에 있는 '김창수위스키' 양조장. /유튜브 味술관 캡쳐

◇ “동네 할머니가 만드는 음식 같은 술”

수천 개가 넘는 국내외 위스키 가운데 이곳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소량 생산의 장점을 살리고 커팅을 10% 내외로 엄격하게 하는 등 신경을 많이 쓰니 우리 술은 스피릿만 먹어도 역하거나 독한 느낌이 없다”고 했다.

그는 “술과 음식은 좋은 재료 쓰고 정성스럽게 만들면, 즉 비효율적일수록 맛있다”면서 “우리 술은 음식으로 비유하면 대량 생산되는 레토르트 식품이 아닌, 동네 어딘가에서 할머니가 만드는 한 그릇의 밥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김창수위스키’ 양조장의 목표는 전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위스키를 만드는 것. “오늘보다 내일이 나은 위스키 한잔을 위해 정진 하다보면 언젠가 이룰 수 있는 꿈이라고 확신합니다.” 그와 양조 전 과정을 함께하는 옥씨 역시 “하루하루 발전해서 편차가 없는 맛있는 품질의 술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도수 54도에 피트 향과 셰리 특유의 달콤함이 특징인 첫 위스키에 이은 다음 위스키는 올여름을 나고 나올 예정이다. 김 대표는 “3년 숙성이 되기 전까지는 정식 제품이라고 부르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출시 예정인 위스키는 앞서 낸 1번 위스키와는 전혀 다른 맛과 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김포에 있는 '김창수위스키' 양조장. /유튜브 味술관 캡쳐

◇ 김창수가 꼽는 맛있는 위스키

김 대표가 말하는 위스키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이렇다. 원샷 하지 말고 입술에 위스키를 펴 바른다는 느낌으로 마시기. “삼키는 게 아니라 저절로 흡수될 정도로 소량을 입에 머금고 향을 즐겨보세요. 전 30mL 위스키를 1시간 동안 대화하면서 천천히 마십니다.”

매일 위스키를 만드는 그가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산 싱글몰트 ‘탈리스커 10년’. 강한 피트 향과 소위 ‘병원 향’으로 유명한 위스키다. 김 대표는 “맛있는 위스키가 워낙 많지만,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대부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며 “아직 구할 수 있는 위스키 가운데 이 가격에 이 정도 품질을 내는 건 흔치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트향이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더라도 조금씩 먹으면서 즐기다 보면 그 세계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 ‘김창수 추천’ 위스키 안주

김창수 대표가 위스키 안주로 꼽은 '물'과 위스키. /유튜브 味술관 캡쳐

김 대표가 꼽은 위스키 안주는 단연 ‘물’이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위스키와 물의 비율을 1대 1로 섞어 먹는 방식이 흔한데, 위스키에 물을 조금씩 섞어가면서 자신에게 가장 맛있게 느껴지는 비율을 찾는 것도 재미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멋들어지게 다른 안주를 꼽을 수도 있지만, 위스키는 그 자체로 즐겨야 제맛 아닌가요.”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