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대보다 새 술, 새 부대인가"..잇따르는 97세대 출사표

김윤나영 기자 입력 2022. 6. 30. 17:33 수정 2022. 6. 3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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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원 이어 박용진·강훈식도 출마 선언
86세대에 떠밀려 나온 것 아니냐 지적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8·2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51)은 30일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체념을 가슴 뛰는 기대감으로 바꾸겠다”며 8·28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로는 강병원 의원(51)에 이어 두 번째로 출사표를 던졌다. 97세대들은 세대교체·주류교체 가치를 내걸었지만, 반이재명 구호를 넘어 새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숙제로 남는다. 무엇보다 용퇴론 논란에 휩싸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와 차별화된 리더십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계파에 곁불 쬐지 않고 악성 팬덤에 무릎 꿇고 등 돌리지 않았던 사람이 당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며 “세대교체의 힘을 시대교체와 정치교체, 주류교체로 끌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한 86그룹 정치인을 두고는 “양보와 배려를 해준 홍영표, 전해철, 이인영, 이광재 의원께 감사하다”며 “반드시 변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청년 가슴이 뛰는 민주당으로 만들겠다”며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라는 그럴싸한 말로 보호받지 못하는 청년들과 함께하는 민주당으로 새롭게 가치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97세대 정치인이 잇달아 출마하면서 이번 전당대회는 ‘이재명 대 97세대’ 구도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친문재인계 전해철·홍영표 의원의 불출마로 전당대회 성격이 계파 대결에서 세대 대결로 변했다. 전날 출마를 선언한 강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새로운 얼굴들이 용기를 가지고 나서라는 변화의 물결에 동참해주신 것”이라며 박 의원에게 감사를 표했다. 또다른 97세대 강훈식 의원(49)은 다음달 2일 출사표를 던진다. 박주민 의원(49), 김해영 전 의원(45)도 출마를 고심 중이다.

97세대는 이재명 의원 견제로 뭉치는 분위기다. 박 의원은 이날 이 의원을 겨냥해 “계파정치에 휘둘리고 악성 팬덤·정치 훌리건에 의해 당 의사가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강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선동열도 매일 선발 투수가 된다면 그 구단이나 선수,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자들이 물러서서 제대로 성찰하고 당을 재건하자”고 했다. 이 의원에게 불출마를 촉구한 것이다.

97세대는 일부 비이재명계 의원들과 86그룹 정치인의 지지를 받고 있다. 86그룹 이광재 의원은 6·1 지방선거 패배 직후 이재명·전해철·홍영표 의원 불출마를 공개 촉구하며 1980~1970년대생 정치인을 대안으로 호명했다. 86그룹 이인영 의원은 지난 28일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을 한꺼번에 불러 출마 당부까지 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97세대들이 떠밀리듯 출마하는 상황을 놓고 비판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97세대 재편론이 나온 배경에는 이 의원의 당권 장악에 대한 현역 의원들의 불신과 공천 문제가 깔려 있다”며 “97세대 교체론에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97세대가 스스로 정치적 존재감을 발휘했다기보다는 이 의원 비토론 일환으로 거론된다는 지적이다.

97세대가 ‘반이재명 구호’를 넘어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지는 과제로 남는다. 한 중진 의원은 “선거 패배 책임이 있는 이 의원 출마도 문제지만, 97세대들이 나서야 할 이유도 아직 명확히 보여주지 못했다”며 “97세대가 86그룹보다 새 술이고 새 부대인가”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 정권이 교체된 상징적 장면 중 하나가 1980년대생 이준석 국민의힘·86그룹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함께 서 있던 장면”이라며 “1990년대생으로서 ‘생활 속의 젠더·청년 문제’를 의제로 이끌어낸 박지현 전 위원장 같은 사람이 나오면 세대교체이겠지만, 97세대 출마가 국민이 원하는 세대교체일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97세대가 8·28 전당대회의 역동성을 키워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97세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어대명’ 구도도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97세대들은 이 의원 견제를 위한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박 의원은 97세대 간 단일화 가능성을 묻자 “역동적인 전당대회를 만들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답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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