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21마리 돌보려 축구장 9배 규모 부지 구입..거제도 카우보이 ('단짝')

최이정 2022. 6. 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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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최나영 기자] “말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 같아요. 끝도 없이 신비로운 동물이랄까요.”

2일 오후 8시 5분 방송되는 KBS1 '동물극장 단짝'에서는 거제도 카우보이의 리얼 야생라이프가 전파를 탄다.

쪽빛 남해를 품은 섬 거제도. 바다와 접한 연초면 소오비 마을에 ‘석름봉’이라 불리는 산봉우리가 있다. 그 아랫자락에 말들을 위한 낙원을 만든 한 사나이가 있었으니, 멋들어진 카우보이 복장의 정구일 씨(64세)다. 17년 전, 말의 매력에 흠뻑 빠져 해외 각국을 돌아다니며 경주마와 승용마들을 구해오기 시작했다는 구일 씨. 처음엔 6마리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총 21마리의 말들과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 오직 말들을 돌보기 위해, 축구장 9배 규모에 달하는 부지를 구입해 직접 마구간을 만들고 원형 승마장에 야외 놀이터까지 만들었다고 어디 그뿐일까? 말들에게 싱싱한 풀을 먹이기 위해, 논이었던 땅을 개간해 호밀과 보리농사도 직접 짓는단다. 한때 사업이 번창해 번 돈을 말들에게 몽땅 쏟아붓고 있는 것. 

사정이 이러하니, 더는 말을 늘리지 말자고 매번 다짐하지만, 그의 굳은 결심을 흔들리게 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병이 든 노령마, 여러 번 파양을 당해 갈 곳을 잃은 말들의 소식을 들었을 때다. 자신이 거두지 않으면 녀석들의 미래가 안락사뿐이란 것을 알기에, 몇 날 며칠을 고민해 결국 데려오고야 만다고.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외 승마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말들을 보살피는 일꾼으로 변신한 구일 씨.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말들을 바라볼 때면 마음속의 모든 근심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한 놈 한 놈 정 안 가는 녀석이 없지만, 구일 씨가 유독 애정으로 보살피는 말이 있다. 그의 십년지기 단짝 ‘론진’이다. 훌륭한 혈통의 ‘장애물 시합 말’이지만, 성격이 예민해 사람 태우기를 거부했다는 론진. 그런 녀석이 구일 씨에게는 스스럼없이 등을 내어주고, 제 기량을 맘껏 펼쳐 보여주었다는 것. 론진을 타고 달릴 때면, 마치 둘이 한 몸이 된 듯 호흡이 척척 맞는다는 구일 씨. 겉모습은 터프한 마초지만, 론진 앞에선 살가운 애정 표현을 아낌없이 발사, 다른 말들의 질투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이 구역 최고의 질투 대마왕이 있었으니, 말들이 아닌 염소 ‘키메라’다. 새끼 때 지인에게서 받아와 키우기 시작했다는 키메라. 얼굴은 검은색, 몸통은 흰색. 외모부터 한눈에 튀는 이 집의 말썽꾸러기다. 동족인 염소들과 어울리기보다 사람이나 말들 사이에서 놀기를 더 좋아한다는 유별난 녀석. 

구일 씨가 가는 곳이라면, 반려견처럼 꼬리를 흔들며 어디든 졸졸졸 단단한 뿔을 들이밀며 '놀아달라~ 예뻐해 달라~' 끈질기게 졸라댄다. 덩치가 서너 배나 더 큰 말들 앞에서도 움츠러드는 일도 없다! 말밥 뺏어 먹기는 기본이요, 수시로 마구간을 드나들며 온갖 참견을 다 해댄다고. 최근 새로 들어온 말 ‘명순이’를 보고, 서열 정리에 나섰다는 녀석. 과연 키메라는 구일 씨에 이어 석름봉의 제2인자가 될 수 있을까.

무더운 여름을 앞둔 요즘, 구일 씨는 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말은 더위에 취약한 동물이기 때문에 여름철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땀에 의한 염분 손실을 줄여주기 위해, 마구간에 소금 덩어리를 걸어주는 한편, 사료 배합에도 공을 들인다. 단짝 ‘론진’을 위해서는 더 특별한 걸 준비했다! 근처 해수욕장으로 둘만의 피서를 떠나기로 한 것. 파도를 헤치며 질주하는 해변 레이스. 론진이만 곁에 있다면, 세상의 그 어떤 명마도 부럽지 않단다. 키메라를 위해서도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는데... 녀석이 마음껏 뿔을 들이받으며 놀 수 있도록 샌드백 대용의 나무 뿔을 제작했다고. 난생처음 보는 나무 뿔과의 대결에서 키메라는 또 한 번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nyc@osen.co.kr

[사진] '단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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