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끝나니 완성차·레미콘..산업현장 또 셧다운 위기

신민준 입력 2022. 6. 30. 17:20 수정 2022. 6. 3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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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1일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4년만에 파업 가능성↑
기아·르노코리아·한국지엠 임단협 협상 난항..도미노 파업 우려도
레미콘·운송사업자, 협상 최종 결렬..파업시 日 224억 규모 피해 예상

[이데일리 신민준 함지현 기자] 완성차와 레미콘 등 노동계의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완성차업계의 맏형 격인 현대자동차(005380) 노동조합은 임금·단체협약 협상 난항을 이유로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레미콘 제조업계와 운송사업자들도 운반비 협상에서 의견 차이를 결국 좁히지 못했다. 완성차 노조와 운송사업자들의 파업이 현실화되면 차량 생산 및 아파트 건설 차질과 더불어 우리나라 경제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달 10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와 윤장혁 전국금속노조위원장, 안현호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을 포함해 교섭대표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2년 임금협상 상견례를 가졌다. (사진=현대차)
현대차, 12차례 협상에도 노사 의견 차이 여전

현대차 노조는 오는 7월 1일 전체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 28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노동쟁의(파업) 발생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노사는 지난달 10일 올해 임단협 협상 상견례를 시작한 뒤 지난 22일까지 12차례 협상을 거듭했지만 노사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노조 측은 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지난 2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를 결정하고 조합원 투표에서 쟁의 안이 가결되면 노조는 파업권을 획득하게 된다.

노조는 사측에 월 기본급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수당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노조는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폐지, 미래 자동차 관련 국내 공장 신설 등도 별도로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지속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사는 본교섭 중단 이후 실무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협상이 타결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전체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이 과반수 표를 얻고 파업권을 발동할 경우 현대차 노조는 2018년 이후 4년 만에 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완성차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부분 파업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018년 4일간 부분 파업에 나선 전례가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의 전면 파업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되면 차량 생산 차질에 따른 손실 발생이 불가피하다. 올해 6월 초 약 한 주간 이어진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2000대 이상의 차량 생산 차질과 누적 3000억원(추산)의 피해액이 발생한 만큼 노조의 파업의 타격은 더 클 전망이다.

문제는 현대차 노조 파업이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도미노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기아(000270)와 르노코리아자동차, 한국지엠 노사도 임단협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노조 파업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 노조 파업이 현실화되면 차량 출고 지연 기간이 기약 없이 길어질 수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인기 차량 출고 지연 기간이 1년을 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업계 노사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장기화 여파로 사실상 무분규로 임단협 협상을 타결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업계에 인력 감축 요인인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물가와 노동시간 유연화 등 새 정부의 기업 친화적인 정책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운반비·단체협상 줄다리기 결국 최종 결렬

레미콘 운송 차주들로 구성된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와 레미콘 제조업계는 30일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양측은 운반비와 관련, 2년간 계약을 해 변수를 줄이자는 데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양측이 제시한 인상률 격차가 커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욱이 전운련은 명절 상여금 100만원, 근로 시간 면제수당(타임오프 수당) 100만원, 성과금 1인당 100만원(연 2회), 요소수 100% 지급 등도 요구했다. 협상 방식도 기존 제조사와 운송사업자 간 개별 계약이 아닌 수도권 통일 임단협을 내세웠다. 특수고용직 노동조합으로 인정해 달라는 의미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7월 1일부터 단체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었다. 레미콘 제조업계는 이들을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에 더해 운반비를 제외한 나머지 요구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협상이 불발되면서 전운련은 파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만약 전운련이 파업에 돌입하면 화물연대 파업 여파를 겪은 업계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운련이 단체행동에 나서면 수도권 14개 권역의 158개 레미콘 제조업체가 모두 영향을 받는다. 특히 일일 전국 레미콘 제조업계 매출은 560억원 규모인데 수도권은 이 중 40%를 차지한다. 파업으로 출하에 차질을 빚는다면 하루에 224억원 규모의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아파트 등 건설현장 공급 차질도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행한 건설기계 수급 조절 제도로 상황이 이렇게까지 몰렸음에도 정부는 별다른 해결책은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파업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건설 현장 납기일을 맞추도록 노력해달라는 얘기만 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가 이어지면 업계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민준 (adoni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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