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RCEP 활용" vs "콘텐츠 협력"..한·중 경제협력 관심사 달랐다

조성원 2022. 6. 3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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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2 한·중 경제 협력 플라자’ 개막 행사 (사진: 이창준 촬영기자)


한국과 중국이 경제 협력과 관련해 서로 어느 방향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가 오늘(30일) 베이징에서 열렸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코트라(KOTRA)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개최한 '2022 한·중 경제 협력 플라자' 입니다.

■ 중국 측, RCEP 활용한 한·중 경제 협력 강조

중국 측 참석자는 무엇보다 올해 초 발족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활용한 한·중 경제 협력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리칭리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국제협력센터 처장은 "중국과 한국의 무역과 경제는 상호 보완성과 잠재력이 강하다"면서 "RCEP을 발전 기회로 삼아 각 분야에서 내실 있는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RCEP은 한·중·일과 아세안, 호주, 뉴질랜드 등 모두 15개국이 참여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올해 초 발효했습니다.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했고 미국은 빠져있습니다.

중국 측 발제자로 나선 리칭리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국제협력센터 처장(사진: 이창준 촬영기자)


리 처장은 또 "RCEP은 개방 약속에 따라 투자와 무역의 자유화 및 편리화를 제공할 것"이라며 "상품 분야 투자뿐만 아니라 서비스 분야 투자에 대한 내실 있는 협력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 중국 측, 중국 '일대일로'와 한국 신남방·신북방 정책 연계도 강조

이와 함께 리 처장은 한·중 경제 관계 발전을 위해 지방 협력 협의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중국 동부 연안 지역은 선진 제조업과 e 커머스 등이 발전했고 중서부는 땅이 넓고 인구가 많다면서 이 같은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한국 측이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리 처장은 한국과 중국은 국제 협력 차원에서 함께 제3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특히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구상과 한국의 신남방, 신북방 정책을 연계해 제3국에서 공동 사업을 하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생태환경부 환경·경제 정책 연구센터의 왕빈 처장(사진: 이창준 촬영기자)


중국 생태환경부 환경·경제 정책 연구센터의 왕빈 처장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탄소 중립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왕 처장은 중국의 14차 5개년 계획의 중점 전략 방향은 탄소 감축이라면서, 중국의 탄소 중립 관련 신규 투자가 139조 위안(우리 돈 약 2경 7,000조 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대차의 수소 전지 자동차 사업, SK의 에너지 사업 분야 탄소 감축 계획을 모범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 한국 측, 문화 콘텐츠 협력 강화 강조…"중국 자본, 한국 기획"

한편 한국 측 기조 발제자로 나선 홍창표 KOTRA 중국지역본부장은 한·중 양국이 "지리적 인접성과 문화적 친밀성을 기반으로 경제 협력을 강화했지만, 문화 콘텐츠 분야 협력은 부족했다"면서 이 분야 협력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한국 측 발제자로 나선 홍창표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사진: 이창준 촬영기자)


홍 본부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중국이 자본을 투자해 제작에 참여하고 한국이 기획과 콘텐츠를 담당하는 한·중 합작 방식으로 세계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또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고 메타버스 시대에 맞는 신상품도 공동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측의 또 다른 발제자인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위협이 심각하다면서 한·중 공급망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한·중 경제 협력도 어렵게 하고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 한국 측, 공급망 협력 강조…"협의 기능 강화·신속 조치 필요"

조 연구위원은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이 문제의 확산과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상호 협의 기능 강화와 신속한 조치를 강조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한국의 요소수 사태를 겪으면서 한·중간 공급망 문제가 불거질 경우 이에 대한 조기 대응과 소통이 양국 간 현안으로 부상했습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화상 연결을 통해 한·중 공급망 협력을 발제하고 있다.(사진: 이창준 촬영기자)


이번 '한·중 경제 협력 플라자' 논의를 보면 중국 측은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역내 FTA, RCEP을 활용한 한·중 관계의 포괄적 발전을 강조하는 동시에, 중국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 탄소 중립 정책과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 측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다고 평가받는 콘텐츠 등 문화 산업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한·중 양국 정상이 지난해와 올해를 '문화 교류의 해'로 지정했지만, 한국 콘텐츠 산업의 중국 진출을 제약하는 이른바 한한령은 여전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입니다.

중국 측이 강조하는 RCEP과 한국이 시급성을 느끼는 공급망 협력은 공통 분모를 찾을 수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미·중 대결이 변수로 남아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며 새로운 경제 협력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의 출범을 알렸습니다. 출범 행사에는 미국과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와 아세안 회원국 등 모두 13개국이 참여했습니다. 무역과 공급망, 탈탄소, 반부패 등 핵심 의제를 다룬다고 했지만, 반중 경제 포위망이라는 해석이 많았습니다.

■ 한·중 경제 협력에 '미·중 갈등' 변수 부상…코로나19도 여전히 장애

미·중 갈등이 심각해질 경우 역내 경제협력체 활동과 공급망 문제가 한·중 양국은 물론 역내 외교, 경제 현안으로 언제든 불거질 수 있습니다. 한·중 경제 협력은 더이상 양자 범위에서만 논의할 수 없는 미·중 관계, 글로벌 전략 구도와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번 행사는 시기적으로 운이 좋았습니다. 지난 한주 사이 중국에서 베이징은 물론 전국적으로 코로나19 방역이 안정세에 접어들며 대규모 행사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들어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며 한·중 수교 30주년과 관련한 변변한 오프라인 행사를 치르지 못하던 상황이었습니다.

한·중 경제 협력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2022 한·중 경제 협력 플라자’에 두 나라 기업 관계자와 취재진이 몰렸다. 주최 측은 의자를 추가 배치했다.(사진: 이창준 촬영기자)


이 때문인지 중국 기업 관계자와 취재진 등 수백 명이 현장을 찾았습니다. 한·중 두 나라와 관련해 대규모 행사가 중국에서 열렸다는 것 자체로 주목을 받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KOTRA 사장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을 찾는 대신 화상으로 연결해야 했습니다. 중국은 여전히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장기 격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한·중 경제 협력의 변수로 미·중 갈등도 있지만 코로나19도 여전히 높은 장애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성원 기자 (sungwon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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