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전력 최근 5년 새 최악" 정식 가동 전 '신한울 1호기'도 돌린다
예비전력 9.2GW까지 추가 확보
최대수요 기간 분산 휴가 등 권장
예년보다 무더울 것으로 알려진 올해 여름 예비 전력이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2013년 8월 이후 9년 만에 전력 수급 '비상 경보'가 내려질 가능성마저 점치고 있다. 정부는 예비 자원 확보에 나서는 한편 전력 수요가 최대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8월 둘째 주 전후로 휴가를 나눠 쓸 수 있게 산업계에 요청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올여름이 다른 해보다 더워서 8월 둘째 주에 91.7~95.7기가와트(GW)의 최대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력 공급이 부족해 고생했던 지난해 7월 마지막 주(91.1GW)보다 높은 수준이다.
반면 전력 공급 면에서는 윤석열 정부 들어 원자력발전소 가동률을 올렸는 데도 불구하고 오래된 석탄 발전소를 폐지하고 발전 설비 정비 등으로 인해 수요가 최대치를 찍을 시점에 공급 가능한 전력량은 지난해(100.7GW)와 비슷한 100.9GW로 예측돼 쓸 수 있는 전력이 모자랄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예비 전력(공급 능력 용량과 수요의 차이)도 최근 5년 중 가장 낮을 것으로 관측돼 '빨간불'이 켜졌다. 올여름 예비력은 최저 5.2GW로 2018년 7.1GW, 2019년 6.1GW, 2020년 8.9GW, 지난해 9.6GW와 비교해 적은 수치다.
보통 예비력이 10GW 이상이어야 '안정적' 이라고 평가받는 걸 감안하면 불안한 상황이다. 예비력이 5.5GW 이하로 떨어지면 전력수급 경보 '준비'가 발령되고, 이보다 더 내려가면 '관심'(4.5GW 미만)·'주의'(3.5GW 미만)·'경계'(2.5GW 미만)·'심각'(1.5GW 미만) 순으로 경보 수위가 올라간다.
경계 단계에 이르면 긴급 절전 조치를, 심각 단계가 되면 일부 지역에 강제로 전력을 끊는 '순환 정전' 조치가 실시된다. 앞서 2011년 9월 전국 블랙아웃(대정전)을 예방하기 위해 당국이 지역별로 돌아가며 전력 공급을 일시 중단했다. 지난해 7월 예비력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땐 정부가 전국 관공서 냉방을 권역별로 중단하기도 했다. 올여름 산업부 예측이 맞다면 전력 수급 경보 '준비' 단계가 된다.
전력수급 경보 '준비' 단계 들어설 수도
전력 수급난을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추가 예비 자원을 확보하고 수요 관리에 나섰다. ①9월 전후로 상업 운전에 들어갈 신한울 원전 1호기의 시운전 및 발전기 출력 상향 등을 통해 총 9.2GW의 추가 예비 자원을 확보했다. ②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교란에 대비해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용 연료도 마련했다. ③갑자기 정전이 될 수 있으니 사전 점검도 실시하고 신속 복구 지원 체계도 상시 운영하기로 했다.
신한울 1호기는 이달 9일 계통 연결에 성공해 약 70만 킬로와트시(㎾h)의 전기를 일반 가정과 산업 현장에 전달할 수 있는데, 본격 상업 운전 개시 전 전력 수급에 동원된 셈이다.
또 수급 대책 기간(7월 4일~9월 8일) 공공 기관의 냉방 온도 준수 등 에너지 사용 실태를 점검하고, 그래도 전력 수급 위기가 발생하면 돌아가며 냉방기 작동을 멈추게 할 계획이다. 가정 등 민간 영역에서도 효율적으로 전력을 쓰도록 권장하기 위해 에너지 캐시백 등을 권장하고 절전 캠페인도 진행할 방침이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이날 전력 수급대책 기간에 앞서 신양재변전소를 찾아 전력수급 대책을 점검하고 변전 설비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박 차관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업장 등 국민적인 에너지 절약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산업계는 8월 둘째주 전후로 휴가를 분산하고, 가정과 상업시설에서는 적정 실내온도 26도를 지키는 등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에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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