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포에니전쟁·디코이·간장·달리면 되지..'고립 위기' 이준석의 여론전

유범열, 이상훈 2022. 6. 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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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쇼] '친윤' 당대표 비서실장 사퇴까지

전국 선거 2연승을 이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속이 검게 타고 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성접대 무마 의혹' 관련 징계 결정이 늦어지며 이 대표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여러 표현으로 연일 자신을 향한 압박의 부당함을 성토하고 있다.


1. "전쟁보다 어려운 게 원로원 정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6.12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대표는 지선 승리 직후 가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자기 정치를 시작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당 중앙윤리위 징계 심의 절차가 진행됐다. 이 대표는 결백을 주장함과 동시에 윤리위가 수사 결과도 지켜보지 않고 징계를 서두른 것을 '근거 없는 당 흔들기'로 규정하며 맞서고 있다. 윤리위 개회를 앞둔 지난 21일 밤 "결국 그에게도 포에니전쟁보다 어려운 게 원로원 내의 정치싸움이었던 것 아니었나, 망치와 모루도 전장에서나 쓰이는 것이지 안에 들어오면 뒤에서 찌르고 머리채 잡는 거 아니겠나"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그'는 고대 로마의 장군이나 정치가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를 뜻한다. 그는 기원전 200년 무렵 지중해 지역 패권을 두고 벌어진 로마와 카르타고의 전쟁(제2차 포에니전쟁)에서 뛰어난 전략으로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을 격파해 로마의 부흥을 이끈 인물이다. 스키피오는 전쟁에서 공을 세우고 기원전 199년 37세의 젊은 나이로 공화정 로마의 감찰관 자리에 올랐다. 감찰관은 원로원(상원) 의원을 임명 및 파면하고 국가 세입 및 세출을 감찰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가져, 당시 공화정의 우두머리였던 집정관보다 더 두려운 존재로 정계에서 인식되기도 했다.

스키피오는 이후 15년간 감찰관을 비롯해 집정관, 프린켑스(원로원 의장) 등 공화정 요직을 거치며 실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그는 기원전 184년 후임 감찰관 마르쿠스 카토가 꾸민 음모로 공금 횡령 혐의을 받아 정치 일선에서 쫓기듯 물러났다. '37세 여당 수장'이 대표가 본인이 처한 상황을 이에 대입해 답답함 내지 억울함을 토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 디코이·간장 한사발·새치 세 가닥


22일 윤리위는 긴 회의 끝에 결국 이 대표 징계 심의를 7월 초로 연기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 결정을 두고 23일 '기우제식 징계 시도'라고 했다. 동시에 혁신위원회(위원장 최재형 의원)를 공식 출범시켜 본인이 생각하는 당 개혁안 관철에 박차를 가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6.23 한주형기자
징계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당 장악에 드라이브를 걸자 '이준석 대 친윤' 파워게임 양상이 더 뚜렷해졌다. 23일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이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의 공개 충돌을 두고 언론에 "이게 대통령을 돕는 정당이냐"며 쓴소리를 하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디코이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한다"며 "이제 다음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썼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캡처
정황상 '디코이(미끼)'는 배현진 의원, '간장'은 안철수 의원과 장제원 의원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엔 "동시에 흰머리 세 가닥은 처음 뽑아본다"며 본인의 새치 사진을 업로드했다. 최근 당내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함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이지만 흰머리 '세 개'를 강조한 것은 이 대표가 앞서 '디코이와 간장'이라 비꼰 세 의원(배현진, 장제원, 안철수 의원)을 또 한 번 저격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3. "달리면 되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혁신포럼 발족식에 국민의힘 의원 60명가량이 참석했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정진석 의원, 안철수 의원 등도 자리했다. 친윤으로 통하거나 이 대표와 대척에 있는 인물이다. 이 대표는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친윤계 생각이 다르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게 같으면 나라가 큰일 난다. 나라 걱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캡처
이런 가운데 30일 '친윤' 인사로 분류되는 박성민 당대표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이 대표를 압박하며 당내 갈등 '교통정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준석 대표는 29일 밤 박성민 전 실장의 사퇴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SNS에 "뭐 복잡하게 생각하나. 모두 달리면 되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라는 글을 올렸다. 30일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아무리 이런 정치적 상황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개혁의 동력을 이어나가야 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유범열 인턴기자/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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