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비서실장마저 사임..고립무원 이준석 "자진사퇴 없다"

이승배 기자 2022. 6. 3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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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위 징계 심의 일주일 앞두고
박성민 구체 이유없이 돌연 사퇴
尹과 소통창구 단절 입지 더 약화
경징계 그쳐도 식물 당대표 될듯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경북 경주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을 방문하기에 앞서 월성원전 홍보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친윤계 박성민 의원이 당 대표 비서실장직을 돌연 사임하며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고립무원의 위기에 직면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의원의 사의에 대해 ‘이준석 고립’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의 윤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일주일 앞두고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박 의원은 30일 언론에 문자를 보내 “오늘 저는 일신상의 이유로 당 대표 비서실장직을 사임했다”면서 “그동안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구체적인 이유 설명 없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 의원은 대표적인 친윤계로 3월 대선 직후 이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기용돼 대통령을 비롯한 윤석열계와 소통 창구 역할을 해왔다. 박 의원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 방문에 동행하며 이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윤 대통령과 식사 일정까지 직접 조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이 결단을 내리기까지 윤핵관과의 소통이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당내 주류로 부상한 윤핵관 그룹은 최근 당권을 쥔 이 대표와 파워게임을 벌이는 가운데 7월 7일 윤리위를 앞두고 박 의원의 사퇴로 ‘이준석 흔들기’라는 초강수를 뒀다는 평가다. 특히 윤 대통령이 박 의원에게 직접 비서실장직 수락을 요청했던 만큼 이번 사퇴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만일 당 대표에서 물러난다면 윤리위도 결정을 보류하고 강 대 강 대치를 피한 채 사태가 수습될 수 있다”면서 “윤핵관 쪽에서 이 대표에게 거취 압박을 가하는 카드로 박 의원이 사임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에도 김정재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를 향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 계속 달리면 떨어진다. 다친다”며 “갈등을 조정해야 할 당 대표가 갈등을 조장하는 위치로 가버렸다. 이제 폭발의 단계로 온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친윤계와 이 대표 간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박 의원이 부담감에 스스로 직을 내려놓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서실장은 당 대표에 맞춰줘야 하는데 이 대표의 공격적인 정치 스타일에 박 의원이 힘들어 했다”며 “갈등 중재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한 데 대해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박 실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이 대표의 당내 고립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접대 의혹으로 징계 위기에 처한 이 대표는 최근 윤 대통령과 담판을 노리고 면담을 시도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제는 대통령실과의 소통 고리마저 끊어지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7월 윤리위에서 경징계가 내려질 경우에는 두 번의 선거 승리를 이끈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유지하며 정치적으로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박 의원까지 등을 돌리면서 경고 처분만 나와도 ‘식물 당 대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친윤계가 이 대표의 리더십을 공격하고 이에 과잉 반응을 하면서 이 대표는 코너에 몰렸다”며 “경징계를 받더라도 대표직에 힘이 실릴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박 의원의 사임과 관련해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들었다. (윤 대통령의 절연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박 의원과의 대화에서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일각에서 제기된 사퇴설에 대해 “그런 경우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최근 당의 지지율 하락 등 위기를 개혁으로 돌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아무리 이런 것들이, 계속 정치적 사안이 발생해도 개혁의 동력은 이어나가야 한다고 본다”면서 최근 정부와 당의 지지율 하락 추세를 언급하며 “이를 돌파할 방법은 지난해 이맘때쯤처럼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주에 월성원자력본부를 방문하는 등 지방을 순회하며 당무와 거리를 두고 있다. 정권 초기 민생과 정책을 돌봐야 할 당 대표가 지도부와 싸움을 벌이며 정쟁을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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