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러 국경 맞댄 폴란드에 軍 배치..신냉전 신호탄
"中 위협" 첫 공식화.."나토 안보·가치에 도전"
푸틴 "똑같이 병력 늘릴 것" 경고
미국·유럽 vs 중국·러시아 '글로벌 신냉전' 격화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방성훈 기자]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의 유럽 서진(西進)을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유럽에 군사력을 대폭 증강 배치하기로 했다.
나토는 또 향후 10년 목표를 담은 ‘전략 개념’에서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직접 거론했다. 미국과 함께 유럽까지 대(對)중국 압박에 나서면서 글로벌 신냉전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러, 최대 위협”…美, 냉전후 유럽서 최대 규모 軍증강
나토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정상회의 첫 날 전략 개념 문서를 공개하고 러시아에 대해 “가장 심각하고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파트너로 간주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2010년 당시 러시아를 두고 ‘전략적인 파트너’라고 기술했던 것과는 확 달라진 것이다. 전략 개념 문서는 나토가 처한 안보 도전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향후 10년 정치적, 군사적 우선순위 임무가 담긴 것이다.
나토는 “러시아는 강압, 전복, 침공, 영토 합병으로 영향력을 입증하고 지배권을 확립하려 한다. 핵 전력을 현대화하고 핵 무기와 재래식 무기 양쪽에 쓸 수 있는 파괴적인 운반 수단을 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럽 내 미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특히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에 미 육군의 유럽 지역 작전을 관할하는 제5군단 사령부를 영구 주둔시킨다는 계획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으로 세를 넓혀나가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영국에는 F-35 스텔스기 2개 대대를 추가로 배치하고, 스페인 로타 해군기지에 주둔하는 구축함은 기존 4척에서 6척으로 늘리기로 했다. 독일에 방공포와 공병대 등 625명을 추가하고, 이탈리아에는 65명을 추가해 단거리 방공 포대를 주둔시키기로 했다. 이외에도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각각 3000명과 2000명 규모의 전투여단을 순환 배치하고, 발트해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에서 기갑, 항공, 방공, 특수 부대 등의 순환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의 평화를 깨뜨리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을 공격했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더 나토가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며 “유럽의 달라진 안보 환경에 대응하고 우리의 집단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전력태세를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냉전 이후 미국이 유럽에서 최대 규모의 군사력 증강에 나서는 것”이라며 “특히 러시아 인근 지역에는 처음으로 상시 부대를 배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두고 “만약 (스웨덴과 핀란드에) 군 부대와 시설을 배치하면 똑같이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를 위협하는 영토에 대해 같은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 중립국 지위를 유지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입장을 바꿨다. 푸틴은 “나토 회원국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패권을 확고히 하고 제국주의 야심을 드러내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中 위협” 첫 공식화…“나토 안보·가치에 도전”
전략 개념 문서에 중국이 처음 이름을 올린 점도 눈길을 끌었다. 나토 정상들은 문서에서 “중국의 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이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며 “중국은 주요 기술 부문과 산업 부문, 주요 인프라, 전략 자재, 공급망을 통제하려고 하고 우주, 사이버 공간, 해양 영역에서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뒤엎으려고 노력한다”고 비판했다.
나토는 직전 2010년 전략 개념에서는 중국을 거론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사실상 ‘위협’으로 처음 명시한 것이다. 나토는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며 “국제질서를 약화하려는 양측의 시도는 우리의 가치와 이익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나토가 중국을 주요 안보 도전으로 공식화한 것은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동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이 중국과 관계 강화를 추진해 왔음에도 미국의 전략 구상을 결국 받아들인 셈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나토 동맹국들에게 대중 공동 전선을 촉구해 왔다.
나토가 이번 전략 개념에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을 다룬 것도 중국 견제와 맞물려 있다. 나토는 “공통의 안보 이익을 다루기 위해 인도태평양의 새로운, 또 기존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걸맞게 올해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의 정상들이 초청 받았다.
상황이 이렇자 이번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미국-유럽-인도태평양과 중국-러시아의 신냉전 대결 구도가 더 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두 진영과 모두 관계를 맺고 있는 적지 않은 나라들은 정치적으로 선택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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