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서 주목받은 김건희 여사 '배우자 외교'..지지율 반전 계기 될까
화이트 드레스와 장갑 매치, 차분한 이미지 전달
스페인 왕비에 "우린 동갑"·바이든 여사엔 "감동"
박지원 "김 여사 낫 배드..숙달되면 잘할 것" 호평
국내 여론 싸늘..'영부인 역할 잘 못하고 있다' 56.3%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의 '배우자 외교'가 연일 주목받고 있다. 김 여사의 패션에서부터 행사에 동석한 각국 영부인들과 나눈 대화까지 언론에 공개되면서 국민들의 이목도 쏠렸다. 이에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낫 배드(Not Bad)"라며 "숙달되면 잘하실 것"이라고 김 여사의 첫 국제 외교무대 데뷔를 나쁘지 않게 평가했다.
김 여사의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그동안 국내에 다소 부정적으로 형성됐던 여론에 반전의 계기가 될지도 관심사다.
흰 드레스에 흰 장갑..."우린 동갑" "우크라 감동" 말 화제
김 여사의 배우자 외교는 연일 국내 언론을 장식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면서 국민들도 영부인으로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장, 김 여사의 패션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튀지 않는 단아한 스타일로, 주로 화이트 계열 의상을 차려입어 차분한 인상을 전했다. 또 화이트 의상에 맞춰 착용한 화이트 장갑도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항상 상의 왼쪽 옷깃에 태극기 배지를 단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각 나라 정상 배우자들과 나눈 환담도 화제였다. 29일(현지시간) 스페인의 산 일데폰소 궁전과 왕립 유리공장, 소피아 국립미술관을 차례로 방문한 자리에서 김 여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배우자 질 바이든 여사와 우크라이나 관련 대화를 나눴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바이든 여사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감동받았다"고 했다. 이에 바이든 여사는 "(우크라이나 방문 시) 젤렌스키 여사와 함께 아이들을 포함한 난민들을 만났는데, (아이들이 직접) 총을 쏘는 장면 등을 목격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며 "우크라이나 아이들과 난민들의 정신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김 여사는 또 "바이든 여사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한국에도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며 "부군과 함께 가지 않고 홀로 가신 용기와 그 따뜻함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바이든 여사는 "높은 자리에 가면 주변에서 많은 조언이 있기 마련이지만, 중요한 건 자신의 생각과 의지"라면서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라(just be yourself)"고 조언했다.
전날 마드리드 왕궁에서 열린 스페인 국왕 부부 주최 갈라 만찬에서도 김 여사의 적극적인 외교는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과 재회한 김 여사는 "지난달 방한 때 매리드업(married up·결혼 잘했네)이라고 말씀한 것이 화제가 됐다. 그런 말씀을 자주 하시냐"고 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는 결혼하려고 (바이든 여사에게) 5번이나 고백했을 정도"라며 "질 바이든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그를 더 사랑한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달 21일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은 김 여사와의 회동에서 "윤 대통령과 저는 '매리드업'한 남자들"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여사를 칭찬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김 여사는 바이든 여사에게도 "지난번 한국에 오시지 못해 너무 아쉬웠는데, 여기서 뵈니 너무 반갑다. 다음엔 두 분이 함께 (한국에) 오시라"고 했다.
김 여사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 일정에서 레티시아 오르티스 로카솔라노 스페인 왕비와 만나 "동갑내기"라며 친근함도 표시했다. 김 여사는 "우리는 나이가 같다"고 했고, 레티시아 왕비는 "생일이 언제인가. 나는 9월에 쉰 살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여사가 "나도 9월인데 2일이 생일"이라고 하자 레티시아 왕비는 "난 15일"이라며 서로 생일을 공유했다.
김 여사는 더 친근하게 다가갔다. 그는 "한국에서 동갑은 자연스럽게 가까운 사이가 된다"고 말했다. 또 "왕비님은 패션스타로도 한국에서 아주 유명하고 인기가 많으시다. 한국은 화장품 등 K뷰티 산업이 매우 훌륭하다"고 말했다.
이에 레티시아 왕비가 "3년 전 한국에 갔을 때 여성들이 다 예뻐서 놀랐고 그래서 화장품을 잔뜩 샀다"고 화답하자 김 여사는 "한국에 다시 오시면 좋겠다. 정중하게 모시고 싶다"고 했다. 왕비는 "고맙다. 한국에 또 가고 싶다"고 인사했다.
"尹 대통령 '데드크로스'는 김 여사의 이른 등장 탓"
김 여사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 기간 중 이목을 끌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받았지만 출국 직전까지만 해도 국내 여론은 싸늘했다.
29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데이터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김 여사에 대해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평가' 조사를 벌인 결과를 발표했다. '잘 못한다'는 답변이 56.3%(아주 잘못한다 41.4%, 다소 잘못한다 14.9%)로 나타났고, '잘한다'는 응답은 36.6%(아주 잘한다 13.3%, 다소 잘한다 23.3%)를 기록했다. '잘 모르겠다'는 7.1%였다. 이번 조사는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을 제외하고 모든 연령대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높게 나왔다. 부정평가는 30대(67.1%)에서, 긍정평가는 60대 이상(52.5%)이 가장 높게 조사됐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49.3%는 '김 여사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다. '확대해야 한다'는 답변은 24.7%였다.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윤 대통령 지지율 부진과 맞물리는 상황에서 김 여사의 배우자 외교가 반전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잇따라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났다.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에 대해 정치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유승찬씨는 YTN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의 '데스크로스' 요인으로 경제적 불안정, 윤 대통령의 미숙한 '도어스테핑(약식회견)', 그리고 김 여사의 '이른 등장' 등을 꼽았다.
유씨는 김 여사가 "너무 빨리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조사를 보면 부정평가가 많다"며 "좀 부드럽게 서서히 진입해야 되는데, 국민들이 생각할 때 너무 갑작스럽게 등장했기 때문에 이런 요인들이 (데드크로스를)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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