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심의기한은 지켰지만 노동계는 "졸속 심의" 반발

유선희 기자 2022. 6. 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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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29일 밤 정부세종청사에서 8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한 직후 모습. 박준식 위원장(왼쪽)과 노동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인사한 뒤 돌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는 시간당 9620원(5.0% 상승)으로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등을 고려하면 실질임금 하락”이라고 반발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법정기한 내에 최저임금을 결정한데 대해서도 “기한 내 처리에만 급급한 졸속 심의”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30일 입장을 내고 “최초 논의부터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법정 기한 내 처리를 강하게 압박했다. 논의 과정이 충실해야 한다는 전제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가 폭등과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배를 불리는 재벌·자본과의 소득·자산 격차를 더 벌려 불평등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추천 노동자위원 4명은 전날 최저임금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6%대 물가상승률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공익위원이 제시한 최저임금 460원(5.0%) 인상안은 “실질임금 삭감과 다르지 않다”는 이유였다. 노동계는 최임위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의 요청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률을 조금씩 낮춰 제시했지만 줄곧 두 자릿수를 고수했다. 그러면서 논의를 더 이어나가자고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퇴장했다.

통상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사 양측이 산출한 근거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쟁점이 되고, 이를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 올해는 양측이 최초안을 제시한 뒤 두 차례 회의 만에 표결로 이어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으로 가결됐다. 이번 회의에서 사용자위원 9명 역시 전원 반발하며 퇴장했다. 최임위는 일종의 사회적 대화기구 성격을 갖는데 대화와 토론보다 위원 절반이 퇴장한 채 표결이 진행되면서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타협의 공간을 마련하는게 공익위원들의 중요한 임무”라면서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안은 존재할 수 없다”고 했고,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는 “표결직전까지 심도 깊은 토론이 진행됐다. 표결 참석여부를 가지고 파행이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표결에 참여한 한국노총은 파행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이번 인상률이 충분하다고 보지 않는다. 낮은 인상률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벼랑끝으로 내몰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의결 전부터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판 기조가 반영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28일 임금 인상 자제를 언급하면서 물가상승에 맞게 임금이 오르면 악순환에 빠진다고 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전날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호소했다. 박 위원장은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듯한 이러한 발언들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8년 만에 법정 심의기간을 준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우리 경제상황과 노동시장 여건 등을 두루 감안해 결정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이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했다.

8년 만에 법정시한을 준수하긴 했지만 내년도 최저임금 책정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경영계도 이의 제기를 하겠다고 예고했고, 민주노총은 다음달 2일 서울 도심에서 전국 노동자대회를 연다. 민주노총은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이번 최저임금 결정과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 반노동 정책을 폭로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결의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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