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위헌'에도 대법원 재심 기각은 잘못..헌재, 두번째 판결 취소 결정
대법-헌재 '한정위헌' 해석 두고 수십년째 충돌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사건에 대해 법원이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판결을 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취소해야 한다는 헌재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가 직접 법원의 재판을 취소한 것은 1997년 이후 두 번째다.
헌재는 30일 전 제주대 교수 남모씨 등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 부분에 대한 위헌 청구와 함께 법원의 재심기각 결정 등 판결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 이후 법원의 재심기각 결정 등에 대해서도 재판청구권을 침해했다며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 뇌물죄 대법서 확정→헌재 '한정위헌'→대법 재심기각
이 사건은 남씨가 제주도 재해영향평가심의위원으로 재직 중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남씨는 공무원인 심의위원의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남씨는 항소심 과정 중 형법 제129조 제1항 등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형법에 규정된 '공무원'을 재해영향평가심의위원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헌재 2012년 12월 남씨를 공무원으로 해석해 처벌한 것은 위헌이라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정위헌이란 어떤 법률에 대해 법 자체의 효력은 없애지 않으면서 특정해석 기준을 제시하는 결정이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심의위원을 공무원에 포함시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의 유추해석금지에 위배돼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2011년 9월 남씨가 대법원에서 뇌물죄로 유죄를 확정 받은 지 1년 3개월만의 일이다.
이에 남씨는 뇌물수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는데 기각됐다. 재심청구 기각 결정에 대한 재항고도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남씨는 이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 부분에 대한 위헌청구와 함께 자신의 뇌물 수수 사건 판결과 재심 청구에 대한 기각 결정 및 재항고기각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 대법 '한정위헌' 재심 청구 사유 안돼 vs 헌재 "위헌결정 기속력 부인, 헌법 정면 위배"
이번 헌재의 결정은 대법원과 헌재가 '한정위헌'에 대한 해석을 놓고 수십년 동안 충돌해온 연장선에 있다.
대법원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이 재심을 청구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를 인정할 경우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헌재가 다시 판단할 수 있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 이후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도 같은 취지에서다.
지난 2014년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한 뒤 8년 동안 심리를 해온 헌재는 헌법재판소법 위헌 결정과 함께 재심 청구에 대한 법원의 기각 결정 및 재항고 기각 결정에 대한 취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먼저 "헌법이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재에 부여하고 있으므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은 그 자체로 헌재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기속력이란 법원이나 행정기관이 자기가 한 재판이나 처분에 스스로 구속돼 자유롭게 취소·변경할 수 없는 효력을 말한다.
이어 "헌법이 헌재에 부여한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회복하기 위해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의 범위에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을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위헌결정을 하고, 위와 같은 법원의 재판에 대해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심 청구 기각 결정에 대해서도 "이 사건 재심기각 결정들은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해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청구인들의 재심청구를 기각했다"며 "남씨 등의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했으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2012년 한정위헌 결정 전 뇌물수수 혐의 사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부분에 대해선 "위헌결정이 있기 이전의 단계에서 법률을 판사가 적용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정당성이 보장된다"며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요컨대 남씨에게 확정된 유죄판결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이 이뤄지기 전에 확정된 재판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제는 재심절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헌재의 판결로 남씨의 뇌물죄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무죄를 받기 위해서는 재판을 다시 받아야 하는 셈이다.
헌재가 직접 법원의 재판을 취소한 것은 1997년 이길범 전 국회의원 등의 양도소득세 과세 취소소송 관련 결정 이후 두 번째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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