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하면 막을 수 있나요"..애꿎은 '체험학습 관리 강화' 방안에 교사들 불만
전남 완도에서 초등학생 일가족이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 교육부가 ’교외체험학습 관리 강화 방안’을 들고나오자 교사들 사이에서 ”왜 교사에게 책임을 돌리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학교와 연락이 닿지 않아 발생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안타까운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위기가정 발굴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현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학교장은 학생의 교외체험학습을 허가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교외체험학습은 법정 수업일수(190일)의 10%(19일) 이하, 연속일수는 10일 이내로 제한됐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수업일수의 20% 이하(38일)까지 허용되고, 연속일수 제한도 없어졌다.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경계’ 단계에서는 10% 추가 운영이 가능해 지역에 따라 최장 57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수업이 없는 주말은 제외한 일수이기 때문에 57일을 다 쓸 경우 3달가량 학교를 빠질 수도 있다.
완도에서 숨진 채 발견된 조유나(10)양도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한 상태였다. 현재 인천 등 6개 지역은 5일 이상 교외체험학습 시 일주일에 한 번 담임교사가 통화를 하도록하고 있지만, 조양 거주지인 광주 등 11곳은 중간 확인 절차가 없다. 교육부는 “교외체험학습 기간 중 학생 안전이 담보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전날 11개 지역 교육청에도 해당 방안을 도입하도록 권고했다.
교육부 방침이 알려진 뒤 교사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교육부가 마치 교사가 연락을 안해서 사건이 발생했다는 뉘앙스라는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 B씨는 “교사 입장에서 이번 사건이 매우 안타깝다”면서도 “교육부 대책은 불똥이 엄한 곳으로 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에게 연락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이 사건의 대책으로 발표되는 것이 불쾌하다. 연락했다고 막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니지 않나”라며 “방학 때 사고가 나면 방학 때도 연락을 하라고 할건지 궁금하다. 다 교사 탓이란 것 같아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교사는 “학부모 중에는 자신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것 아니냐며 기분나빠 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이럴 경우 교사가 중간에서 입장이 난처해질 수도 있다”며 “통화를 한 뒤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왜 통화했을 때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냐’고 할 거냐. 학교에서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면 당연히 학교 책임이지만 주양육자와 함께 있을 때 벌어지는 상황들을 모두 학교가 챙기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교외체험학습 제도가 축소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C씨는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아이와 여행 등을 갈 때 교외체험학습 제도를 활용하는 편인데 이러다 교외체험학습 신청서를 깐깐하게 심사하는 식으로 절차가 복잡해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라며 ”이번 사건은 교외체험학습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정소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서 핵심은 교외체험학습 제도 개선이 아닌 것 같다”며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하는 위기가정을 학교가 어떻게 찾아낼지, 이런 가정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고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확충할지 등의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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