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일본의 일관된 입장 근거 한·일관계 개선 노력"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처음 만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건전한 한·일관계 회복을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의거해 한국과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건전한 한·일관계를 되돌리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윤 대통령을 시작으로 한국 측과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기시다 총리가 한·일관계에 대한 입장을 말할 때마다 원론적으로 사용해 온 표현이다. ‘일본의 일관된 입장’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준수하고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하라는 일본 정부의 방침을 의미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전날 밤 스페인 국왕 펠리페2세가 주최한 환영 만찬에서 만나 3~4분 간 대화를 나눴다. 두 정상의 대면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가 먼저 인사를 건네며 윤 대통령의 취임과 6·1 지방선거 승리를 축하했다. 윤 대통령도 기시다 총리에게 “다음 달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원한다”고 화답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이소자키 요시히코 관방 부장관은 “양 정상이 만찬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짧은 시간 인사를 나눴다”며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어려운 상태의 한·일관계를 건전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먼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는 한국 대통령실의 설명과 차이가 있다. 이소자키 부장관은 ‘어느 쪽이 먼저 말을 걸었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며 양 정상이 “자연스럽게” 만났다고 강조했다.
한·일 정상은 이후 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담, 한·미·일 정상회담, 나토 동맹국·회원국 정상회의에서 세 차례 더 만났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한국 측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지난 5월 윤 대통령 취임식에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을 특사로 파견해 “양국 간 현안의 본질적인 해결에 신속히 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5월 한국이 독도 주변에서 해양조사를 하자 일본 자민당 내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 일본에서 7월 참의원 선거가 열린다는 점도 일본 여당 내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 일부 자민당 의원들은 “정상회담을 했다가 ‘일본이 양보했다’고 평가받으면 선거에서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도 선거를 앞둔 일본 여당의 사정을 이해해줬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만찬에서 정상 간 짧은 대화가 이뤄졌지만 향후 시야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한·일관계의 근본적 걸림돌인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새로운 해결책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시다 정부는 한국 측이 내놓은 대안을 먼저 지켜본 후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우선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해 일본 측에 제시할 대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것이 나올지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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